금상

은상

• 금상 가짜 어른과 슈퍼맨 김동하 & 박하나(母)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여느 날과 다름없었고 그 하늘도, 그날 공기도, 그날 햇살도, 그날 일상도. 내일도 그럴 것 같던 그날. 우리 식구만. 달라졌다.
  마치 세상은, 아들과 나만 덩그러니 있는 듯하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의사 선생님은 마치 내게 “너 이제 어떡할래....” 하시며 시한폭탄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난 그 시한폭탄을 우리 아들에게 옮기면 안 되었고, 이 폭탄은 반드시 없앨 수 있다며, 스스로 최면을 걸고 피해 갈 （아니... 피해 갈 수도 없는..）방도를 모색했다. 아니.. 정신을 차리면 차릴수록 점점 마취가 되어가는 것같이 멍해졌다. 세상에서 동떨어지게 저기 캄캄한 구덩이로. 딱 우리 식구란. 그곳에.
  그렇게 오게 된 一 우리 땅 어디에 붙어 있는 줄도 잘 몰랐던_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기적적으로 응급실 방문 당일 수술을 하게 되고, 훌륭하시고 고마우신 의사 선생님과 여러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우리 아들의 머릿속에 종양을 90% 가까이 때어내게 되었다. 나는 그 나쁜 게 왜 우리 아들 머릿속에 찾아왔는지, 뜨겁디뜨거운 불로 그 악한 것을 수백 번도 더 내 속에서 달구고 또 달구었던 것 같다.
  종양의 일부라도 제거했으니 이젠 된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이젠 시한폭탄은 꺼진 건가? 一 이전으로 갈 수 있는 건가?_ 등등 대답도 없고, 답도 찾을 수 없는 수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다시 찾고 싶었던 그 뻔했던 일상을 다시는 놓지 않으리라 미련한 다짐만 하며, 그 일상을 부여잡고 절대 절대 놓치지 않고 싶었지만 一 좀처럼.. 우리에게, 우리 가족에게만은 와 주지 않았다.
  아들은 1주일 가까이 의식이 없었고, 겨우 증환자실을 벗어나 내게 온 아들은, 걷지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는, 전혀 다른 내 아들이 되어, 다른 일상 一이란 이름으로 그렇게, 돌아왔다.
  슬플 즐 알았다. 그 모습이.
  그런데 이게 엄마의 마음일까?
  난 그저 우리 아들 손을 잡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했고, 말을 잘하지 못해도, 내 눈을 보고 힘주는 아들의 한쪽 눈이, 더없이 내겐 아름다운 눈빛이고 순간이어서 그렇게 찾아온 다른 일상을, 우리는, 더없는 감사함으로 받아들였다.
  걷고, 서고, 보고, 먹고 하는 뇌 영역에 생긴 종양 때문에 수술 후, 제대로 걷지도, 제대로 먹지도, 두 눈을 뜨고 제대로 보지도 못한 아들이, 놀라운 사랑의 힘이란 이런 건지, 단 3일 만에 조금씩 회복되어 콧줄을 빼고, 드디어 입으로 죽을 먹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첫 번째 기적이었다!
  -첫 이유식을 뗀 돌잡이 아기가 된 12세 우리 아들.
  그러나 나는 그런 아들이 너무나도 대견했다. 설명할 수 없는 기쁨이 내 속에 넘쳐 벅찼고, 내 눈엔 자랑이고 기특하며 대견한 선물인 우리 아들이 자랑스러워, 옆 배드 환우 엄마들에게 이야기해 주면, 그들도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축하를 해 주시고, 그간 내가 이전에 받은 적도, 받을 수도 없는 위로들을 주셨다.
  이곳은 그랬다. 그런 것도 칭찬이 되는 곳, 그런 것이 축하받고 감사한 일이 되는 마법 같은 곳. 이 어린이 병원의 생활이다. 옆 배드 엄마가 울고 있으면 숨죽여 같이 위로해 주고, 하루 종일토록 아이가 보채고 울어도 클레임은커녕 오히려 도움을 주려는 온기가 살아있는 이곳에서 나도, 그 사람과 위로의 온기를 받으며 그렇게 이 마법의 성 같은 어린이 병원 생활에 적응해 갔다.
  여러 검사를 받기 위해서 아직 제대로 못 걷는 우리 아들은, 눈이 잘 안 떠진 채 겨우 실오라기 같은 실눈을 뜨며 휠체어에 앉아, 민 머리에 수술 부위엔 커다란 거즈를 불이고, 하얀 붕대를 덮어쓰고, 여러 링거줄을 달고 끌면서 서울대병원의 이곳, 저곳을 다녀야 했다.
  “여기는 수술실이고, 여기는~~ 너를 엄청나게 기다렸던 휴게실이고, 증환자실이고... 여기서 기도도 하고 그러면서 널 엄마 아빠가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몰라-”
  마치 우리 둘만 병원에 있는 듯, 아니一 마치 놀이동산이라도 온 듯 난 아들과 그 시간을, 신나게 즐겁게 정말 즐기며, 병원 안을 누비고 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증환자실에서 의식이 없어 기약 없이 기다렸던 우리 아들이었기에, 이제는 나와 함께 바로 내 옆에 있으니 병원도 천국처럼, 놀이동산처럼 좋았던 것이다.
  이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진 아픈 12세 아기 아들과 그의 보호자가 된, 나.
  왜 이런 상황이 내게 일어났는지 나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단연코, 그때 난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함께 여느 때처럼 병원 산책을 하고 병실로 돌아온 뒤 신나게 휠체어를 정리하던 내게, 억울하단 듯 아들이 질문을 던졌다.
  “….엄마!…. 내가 괴물 같아 보여?” 그 이쁜 눈이 그렁그렁하다.
  ......이게 무슨 말이지?...
  ......그제서야, 주변이 보인다....
  힐끔거림, 안쓰럽단 표정,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길, 가다가도 다시 뒤돌아보는 부적절한 관심의 몸짓... 등...
  아들은 그 모든 시선에 다 눈 맞춤하고 있었다.
  “......왜 나를 그렇게 보지??.......”
  아들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그들과 다른 모습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도 자기 모습임을, 자연스럽게 아니 완전히, 자기 자신이기에 부끄럽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받아들이는데, 그 사람들의 시선은 아들에게 마치,
  “아냐... 니 생각은 틀렸어... 넌 지금 좀." 많이 이상해!”
  하고 힐끔거리며 괴물이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 왜 그런 생각이 들었어??!! 네가 왜 괴물이야!!!!~~??....”
  너무 속상했다. 나은 내 아이를, 한 번 더 아프게 만든 이 상황은 나를 한순간, 비참하고 사정없이 문드러지게 만들어 놓았다. 내 귀한 아들에게 그런 눈빛으로 가르치려 들던 그 상황들이 너무 미칠 듯 화가 났지만 침착해야만 했다. 그게 아님을 다시 잘 가르쳐주고 알려주려면, 내가 더 바르게 세상을 볼 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였고 철렁했다.
  어디서 그런 지혜가 솟았을까?... 나는 다시 심호흡 후, 어그러지고 그렁그렁한 아들의 눈을 보고 말했다.
  “.........사람들이 널 본건, 네가 얼마나 자랑스럽고 훌륭하고 어려운 일을 잘 이겨내고, 또 이겨 냈는지.... 그 용감한 게 그 사람들 눈에도 보여서~ 그래서 자랑스러워서 널 알아본 걸 거야~. 너 기억 나? 지난번 광화문에 이순신 장군을 한눈에 알아봤었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순신 장군의 모습만 봐도 얼마나 훌륭했는지를 다 기억하고 알아봤잖아. 그것처럼 네 모습이 훌륭한 장군의 모습처럼 보이고, 또 네가 그 큰 전쟁에서 꿋꿋이 싸워 이겨낸 용사의 모습과 같아서, 그래서 그런 널 알아보고 바라본 걸 거야”
  내 말에 눈도 깜박이지 않고 숨죽여 빤히 바라보던 아들이, 스스로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래... 난 아름다운 사람인데....“
  자기 스스로에게 ‘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다니...
  난 너무나 아름다운 독백을 들고 순간, 울컥했다. 너무 감동스러운 독백이었고, 그렇게 스스로를 생각하는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으며, 한편으론 그 독백에 오히려 내가 위로받아 마음 한구석이 안심되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래...! 넌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야. 당면하지!!~ 엄만 여태 살면서 평생 너처럼 용감하고 아름다운 사람을 본 적이 없어! 하늘에 두고 맹세해! 너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아마 이 세상에 없을 거야!~“
  그렇다.
  나도 그랬다. 민머리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고 저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측은함만 컸다. 그런데 아니다. 정말 아니다. 내가 겪었고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나! 그 아이들은 정말 용감하게도, 수많은 길고 큰 주삿바늘의 무서움을 이겨냈고, 참기 힘들게 부대끼는 속을, 수 없는 구토 속에서도 견뎌 냈으며, 남들처럼 나가 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참을 줄도 아는, 정말 착하고 지혜로운 아이들이고, 학교도 가고 유치원도 가고 싶지만 그렇게 못 해줘 안쓰러워하는 엄마를 오히려 위로할 줄도 아는 큰마음을 가진 아이들이며, 그 힘든 재활을 견디고 통증과 아픔도 웃으며 견딜 줄 아는, 슈퍼맨 같은 아이
  들임을 난 아들을 통해 분명히 봤다. 그래서 이들을 난 민머리 꼬마 슈퍼맨이라 부른다. 병원에서 이따금 민머리 꼬마 슈퍼맨이 지나가면,
  ”안녕!…용감한 아이~!! 와~~대단해..~!
  아줌만 한눈에 알아봐~~네가 얼~~마나 강하고 슈퍼맨처럼 용감한 아이인지!!~~~
  그렇지?！. 자!~하이 파이브!!~~“
  하고 오히려 내가 먼저 웃으며 반가움의 손을 내민다. 그러면 아이들도 무표정하고 경계하던 얼굴이 미소로 씨익 바뀌고, 그들의 부모도 여느 사람들의 반응과 다른 나의 제스처에 당황해하시다 곧 마음을 여시고 웃으시는 얼굴들을 보이신다.
  一 우리 아들을 통해 나도,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그 과정을, 너무나 잘 이겨내고 있는 이 작은 슈퍼맨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이들을 불행하게 보거나 측은하게 여기며 바라보는 눈짓과 몸짓을 주지 말고, 이들의 선택도 이들의 잘못도 아닌 이러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말 큰 전쟁을 맞서서 용감히 싸워나가는, 정말 용감한 용사들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
  - 괜찮아. 넌 정말 잘하고 있고.
  - 이건 정말 강한 용사가 돼가고 있는 과정일 뿐이고.
  - 그래서 넌 정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승리한 강한 용사가 될 거라고.
  우리 아들은 훌륭하시고 좋으신 의사 선생님, 간호 선생님, 재활 선생님..... 등 셀 수도 없는 그 응원의 손길을 받고 감사하게도 퇴원하게 되어, 이후 33회의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받고 마치 참전용사에게 주는 훈장과도 같은 치료 종결을 받으며 기쁘게, 그리고 감사하게 병원 생활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이제는 정말,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그날이, 드디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또 다른 일상의 길이 준비되어 있었다.
  一 학교로. 세상으로의 복귀다.
  우리 부부의 솔직한 마음은 아들의 모습이 좀 더 이전처럼 괜찮은(?) 모습으로 돌아오면 그때 사회에 보내고 싶었다. 눈도 아직 제대로 못 뜨고, 한쪽 눈은 여전히 감긴 채 초점은 서로 다르고, 그래서 더듬거리며 걷는듯한 불 완전한 걸음마에, 뒷머리는 방사선 치료로 듬성듬성 민머리... 이 모습은 우리가 보기에도 온전하지 못했기에 당연히 사회의 그들도 그렇게 볼 거라는, 어찌 보면 편협하고 학습된 편견이 우리 부부에게 있었고, 단연코 사회에 아직 맞지 않다는 우리 부부의 판단 이였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아직은 아니라고 말리며, 학교에서의 곤란한 상황이 불 보듯 뻔하다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뿐만이랴, 우리 부부는 우리의 두려움을 마치 아들을 위한 것인 듯 마냥, 겁을 주기까지 했다. 놀림과 여러 불편하고 곤란한 시선들.. 이전처럼 잘 수행하지 못해서 오는 현실적 좌절.. 등을 어쩔 거냐며.. 말이다.
  하지만. 민머리 꼬마 슈퍼맨 출신인 우리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아들은 지금이라도 학교에 가야 친구들과 덜 불편할 것이고, 더 친해질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 부부를 설득했다. 이 아들은 분명,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마음과 생각이 훨씬 더 건강했다. 아들보다 훨씬 더 나잇살 먹은 우리 부부는 아직도, 그 큰일을 겪고도 놀랍게도, 아직 진짜 어른이 아니었다.
  자기의 모습은 ‘지금 복귀하기에 부족한 것이 없다’라고 판단한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역시 슈퍼맨답다. 그래서 가짜 어른인 우리 부부는 부끄럽게 한 발짝 뒤늦은 지지를 아들에게 보내며 학교로의 복귀를 축하해 주었다.
  그리고 몇 주 뒤 아들은, 전교학생회장에도 출마했다. 역시나, 가짜 어른인 우리 부부는 당황하며 말렸지만, 아들의 의욕과 당당함은 역시나, 슈퍼맨다웠다. 아들은 전교생 앞에서 어눌한 눈빛과 어눌하고 느린 말로 자신의 병과 상황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얼마나 그동안 학교를 오고 싶어 했는지, 그래서 얼마나 학교를 사랑하게 됐는지를 아이들에게 당당히, 교내 방송실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스스로 커밍아웃한 사건이다.
  그런 선거에서 이겼으면 더 이상적이었을까?...
  어림없다. 냉정한 세상 앞에서 물론 선거에선 졌지만, 이것은 아들의 인생에서 용감히 세상과 이긴, 두 번째 기적의 승리였음이 분명하다.
  그 이후 아들은 우리가 가졌던 세상 편견들 속에서 아이들의 불편한 시선과 말들을 여전히 들으며 지금도, 고군분투 증이다. 그래도 학교는 즐겁다는 아들은 역시 슈퍼맨이었고, 주위의 좋은 선생님과 적은 수라도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그렇게 슈퍼맨답게 힘을 내고 있다.
  하늘에 있는 아름다운 빛나는 수많은 별 증에서 유독, 우리 아이들과 우리에게 맴돌며 특별히 비추는 별이 하나 있다.
  ‘이.별.’
  이별은 우리게 금방이라도 덮칠 것처럼 도사리는 어둠의 별 같기도 하다.
  이별은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
  노래 가사처럼 一 준비된 이별이라면 더 아름다울까?
  아니.
  결코.
  이별은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어느덧 이별이 우리에게 온다면..
  우리가 우리 서로에게 후회는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린.
  오늘 더 뜨겁게 뜨겁게 사랑할 거다.
  주어진 우리의 오늘이 햇빛도 질투하도록,
  더욱 빛나게 사랑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민머리 꼬마 슈퍼맨들!!!~화이팅!!
  그리고.
  아직도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세상 모든 그들의 부모님들도!!~ 화이팅!!
  우리의 찬란한 하루를.
  하늘도 그들의 오늘을.
  찬란하게 응원한다!
  

동상

• 동상 올해 11살이 된 김시원이에요. 김시원 / 세 /upload_data/dream/2_1/1_571_1_0000_0_m.jpg 안녕하세요. 올해 11살이 된 김시원이에요. 저는 6살 때 독한 감기에 걸려 한 달 동안 고열에 시달리다가 큰 병원에 가게되었어요. 그 때 소아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어요. 처음 진단을 받던 날, 눈물이 섞인 마지막 짜장면을 먹으면서 힘든 마라톤이 시작되었어요.
  코로나도 아닌데 모두들 마스크로 감염을 조심하고, 빡빡이 머리로 민 친구들과 만났어요. 어른도 아닌데 큰 아픔을 겪었고, 마음의 병에 걸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베개에 쑥쑥 빠져있는 머리카락, 손가락과 발가락이 새카맣게 변하였어요. 수술실에 울며 들어가던 날, 내 실내화를 안고 주저 앉은 엄마를 잊을 수가 없어요.
  몸 여기 저기에 많은 주사를 맞고 응급실을 내 집처럼 자주 가야 했지만 병원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만날 생각에 설레이며 보고 싶었어요. 떨어진 면역력으로 집 밖에 나갈 수도 없어, 어떤 날은 답답한 집보다 병원에 가고 싶기도 했어요.
  서로 같은 빡빡머리 친구들끼리, 만지며 먹을 수 없는 케이크 앞에서 고깔모자도 쓰고 하하호호 웃을 수 있었고, 병원 친구들과 봉사자분들, 항상 웃어주시는 병원 선생님이 계셔서 힘든 치료를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분들 덕분에 새벽마다 나몰래 흐느껴 우시던 엄마도, 조금씩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내가 치료를 하고 집에 올때마다 나를 미워하던 오빠 마음도 점차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어요.
  처음으로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손내밀어준 친구 시온이는 항상 제겐 고마운 친구에요. 더운 여름 마스크와 모자로 나를 꽁꽁 묶어가며 밖을 나섰는데, 더운데 모자를 벗어도 된다며 시원한 바람을 부쳐주던 친구가 있어서, 나만의 세상에서 모두를 볼 수 있는 시선으로 바뀐 것 같아요.
  아팠던 만큼 더 크게 힘을 내고, 씩씩하고 의지가 강하게 커서 그런지, 올해 반 회장도 맡아서 친구들 앞에서 큰소리로 나를 표현해보고 있어요.
  전국 동시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해서 신문에 나온적도 있는데, 저는 소아암을 진단받았던 아이라고 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해요.
  저를 항상 응원해주고 사랑해주시는 부모님 덕분에 이렇게 자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가 사랑받고 자란 아이가 사랑을 준다고 해서 저는 조금씩 용돈에서 기부를 하고 있어요. 몸과 마음이 아픈 친구들에게 아픈 마음은 저절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이겨내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끝!
  
• 동상 사랑하는 아들 윤호에게. 김윤호 & 강유란(母) / 세 /upload_data/dream/2_1/1_572_1_0000_0_m.jpeg 사랑하는 아들 윤호에게.
  윤호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이제는 아침저녁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어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는 것 같아.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이렇게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이 너무 감사한 매일이야. 지난 1년 4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며 윤호에게 고마운 마을 글로 전해보려고 해.
  일주일 동안 계속된 열로 찾았던 병원 혈액검사에서 정상 범위보다 매우 높은 백혈구 수치에 다급히 중환자실로 옮겨졌을 때, 백혈구 채집술을 해야 한다는 말에 엄마는 머리가 멍하고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어. 그럼에도 윤호는 홀로 중환자실에서 그 모든 힘든 시간을 의연하게 잘 이겨내 주었어.
  처음 접하는 중환자실 환경에 놀라서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엄마가 집에 가서 자고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약속 시간 전에 깨어서도 약속 시간까지 참고 기다려줬던 윤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구나!
  위급한 상태여서 인턴 선생님 동행하에 환자복을 입은 채로 비행기로 이송하던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싫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시선을 느끼면서도 그저 받아들이고 참아낸 윤호에게 너무나 고마웠어.
  서울 병원에 도착하여 여러 힘든 검사를 잘 참아냈고, 검사를 위한 금식이 끝나고 원하던 음식을 잔뜩 사 와 너무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하던 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윤호에게 윤호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다가 ‘암세포’라는 단어를 듣고는 “엄마 나 암이에요?” 힘없이 묻던 너는 울지도 않고 너에게 펼쳐진 상황을 그저 담담히 받아들였지.
  아직 어리지만 암이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그걸 드러내지 않고 마음속으로 참아낸 윤호에게 엄마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야.
  조혈모세포 이식 전까지 4번의 항암을 하며 코로나에 걸려 항암이 밀려 마음 졸였던 순간도 엄마에게 힘을 준 윤호가 있어 엄마는 힘을 낼 수 있었어.
  패혈증이 와서 40도가 넘는 고열에 덮을 수 있는 이불을 모두 덮고도 바들바들 떨며 온몸으로 그 시간을 견디는 네 옆에서 엄마는 물수건으로 머리를 닦아 주는 거 말고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더구나.
  해열제를 맞고 열이 좀 떨어지면 다시 또 열이 오를까 봐 무섭다던 너에게 엄마는 그저 다음 해열제 맞을 때까지 열이 나지 않기를 기도하고 기도할 뿐이었어.
  패혈증을 잘 이겨내고 먹고 싶었던 아이스크림을 의사 선생님 허락 받고 먹을 수 있었을 때 엄마는 정말 감사했단다. 그리고 윤호가 정말 힘들 때, 엄마가 윤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느끼며 그저 윤호에게 강한 마음 주시기를 기도했단다.
  이런 고비를 잘 넘기고 드디어 이식 날이 다가왔어. 이식 전 너의 컨디션은 아프고 난 이후 최고로 좋았고, 계획했던 이식 날짜에 맞춰서 이식할 수 있음에 감사했어. 이식을 잘 마치고 나올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또 기도했어.
  이식 전 항암으로 열이 나고 힘들어했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어. 이식 실에서 나와서는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도 먹고 병원 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도 좋아 엄마는 너무 감사했어.
  그렇게 퇴원할 줄 알았는데, 이식 실에서부터 배가 아프다고 한게 그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로 생각했는데 점점 번이 설사로 바뀌며 이유를 알 수 없는 열이 계속되어 여러 가지 검사를 하기 시작했지.
  설사 양은 점점 많아지고 색도 점차로 어두워지면서 대장내시경을 했고, 장 숙주 진단을 받았구나. 그때부터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는 금식을 예정 없이 이어갔고, 그런데도 매일 엄청난 양의 설사가 계속되는 끝을 알 수 없는 전쟁 같은 시간이 시작되었지.
  계속되는 금식과 설사로 너의 몸무게는 계속 빠져가고,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 마른 몸에 가족들조차 만나기 힘들어했던 윤호 모습이 떠오는구나.
  그 힘들고 힘든 시간을 언젠가는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마트 앱과 배달 앱에서 나중에 먹을 음식을 장바구니에 담고, 먹방 유튜브를 보면서 하루하루 견디는 너의 모습에 엄마는 아직 어린 너 지만 대견을 넘어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어.
  그러면서도 엄마는 왜 안 먹냐며 엄마 먹으라고 챙겨주고, 한밤중에 설사하고 더럽혀진 환자복과 시트를 갈고 있는 나에게 “엄마 많이 힘들지?”, 이 말을 듣는데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엄마를 생각하는 모습에 ‘윤호가 정말 마음이 단단한 아이로 강해지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단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설사가 조금 몽글몽글해져서 처음 미음을 먹을 수 있던 그날을 잊을 수가 없어. 미음이 나올 때까지 너무 기대하며 기다리던 너의 눈빛, 맛이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맛있게 먹던 모습, 입으로 무언가를 먹을 수 있다는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시간이었단다.
  100일 정도의 긴 병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하던 날 윤호도 엄마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이겨내고 두 발로 걸어서 퇴원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감격스러웠어. 뒤돌아 생각해보면 윤호가 치료의 과정을 잘 지내올 수 있었던 건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과 기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
  처음 진단을 받고 정신없이 있을 때, 먼저 자녀의 백혈병 투병을 겪었던 어머님이 윤호 소식 들었다며 윤호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직접 쓴 편지와 치료 과정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주셨어. 그 편지를 읽으며 많은 눈물을 흘렸단다.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시겠다는 그 마음에 엄마는 정말 큰 힘을 얻고 치료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어. 그리고 윤호의 치료를 위해 밤낮없이 사랑의 마음으로 수고해주신 의료진 선생님들과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셨던 환아 보호자 분들. 윤호의 회복을 위해 응원의 마음을 전해준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지금의 윤호가 있을 수 있게 도와주셨단다.
  그리고 윤호에게 새 생명을 선물해주신 조혈모세포 공여자가 계셨기에 윤호가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고 다시 한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 정말 많은 분이 윤호가 다시 건강을 되찾고, 일상의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앞으로도 도와주실 거야.
  윤호가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이것이 윤호가 앞으로 살아가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거라 믿어. 그리고 윤호도 주변의 아픔에 공감하며 사랑과 위로를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
  윤호야, 장 숙주로 금식할 때 엄마랑 같이 만들었던 사그리아 파밀리아 성당 모형 기억나니? 꼭 회복해서 같이 가자고 약속했잖아. 우리 남은 치료도 잘 받고 건강해져서 함께 가서 꼭 직접 보고 듣고 느껴보자.
  엄마 아들로 지금까지 함께해줘서 정말 고맙고 사랑해.

장려상

• 장려상 다 알아 박사 김민성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1. 목 밑 멍울
  2022년 11월, 민성이 목 밑에 구슬만한 멍울이 보이기 시작했다. 동네 소아과에서 임파선염 진단을 받고
  한달 가까이 약을 먹었지만 멍울은 오히려 조금씩 커졌고, 별다른 통증은 없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초음파 검사를 두번이나 했는데 모두 임파선염 진단을 받아서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설이
  지나고 세번째 병원에 갔을 때 소아과에서 같은 병원 이비인후과를 연결해 주셨고, CT 검사 후 침샘종양
  이 의심된다고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종양이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났지만 악성종양만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서울의 상급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마침 침샘종양으로 유명하다는 두 곳의 병원에 3일 후 바로 예약이 가능했다. 조직검사 후 결
  과가 나오기까지 1주일이라는 시간이 마치 1년처럼 길게만 느껴졌고, 속은 새카맣게 타 들어갔다. 결과
  는 침샘종양이 아니라 림프종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림프종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다.
  2. 준비 없는 입원
  림프종이라는 진단이 나오면서 이틀 후 소아청소년과로 다시 예약이 잡혔다. 림프종에 대해 이것저것 알
  아보다 보던 중 같은 날 서울의 상급병원 한 군데 더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창원에서 서울까지 가는김
  에 한군데라도 더 가보자는 심정으로 무작정 새벽부터 아픈 아이를 데리고 차에 올랐다. 오전 오후 두
  곳의 외래를 모두 보고 난 후 한 곳에서는 3일 후 입원, 한곳에서는 혈액검사 후 당일 바로 입원해야 한
  다고 했다. 림프종의 아형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버킷림프종일 경우 악성도가 높아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된다는 말에 입원 준비도 없이 왔지만 당일 바로 입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3. 항암 치료
  여러 가지 검사 후 버킷림프종으로 확진 되었고, 바로 항암이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치료가 끝날
  떄까지 아이와 함께 계속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받는 줄로만 알았다. 3주간의 입원 기간 동안 여러 가지
  검사와 1차 항암치료가 끝나고 이틀 후 퇴원하라고 했다. 열이 나면 바로 응급실로 와야 하고, 일주일에
  2~3번은 외래를 와야 한다고 했다. 주변에 물어보니 지방에서 오신 분들은 대부분 병원 근처에 숙소를
  잡고 치료를 받는다고 하셨고, 백혈병재단에서 운영하는 쉼터라는 곳이 있다는 것도 알려 주셨다.
  4. 쉼터 예약
  급하게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중 다행히 서울 대학로의 “나음소아암쉼터”라는 곳에 일주일간 예약이 되었
  다. 일주일 후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 걱정이 되었지만 일주일이라도 예약된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일주일 동안 또 다른 쉼터를 정신 없이 알아 보았지만 대부분 한달 전에 예약하는 시스템이라 자리가 없
  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숙소 마지막날 열이 올라
  응급실에 가게 되었고, 병원에서 다시 일주일간 입원하게 되었고, 열이 떨어지고 이어서 바로 2차 항암치
  료에 들어갈 수 있었다.
  5. 치료 종결
  병원 입원 후 항암치료, 퇴원 후 외래, 다시 입원 후 항암치료를 반복 하면서 중간중간 계속 쉼터를 이용
  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항암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정확한 일정을 알 수 없다 보니 쉼터를 미리 예
  약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쉼터와 나음쉼터를 이용하면서 6개월간의 항암 치료
  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짐을 들고 이사 다니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경제적인 부담 없이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쉼터가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항암치료를 마치고 한달에 한번씩 외래
  를 갈 때 마다 나음쉼터를 이용할 계획이다.
  
• 장려상 부모님들께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 김민찬 & 김종원(父)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소아암 환우 부모님들께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
  모든 부모들이 그랬듯 우리 부부에게도 태어난 지 8개월 아이의 암 진단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버거웠습니다.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었으며, 현생에서도 얼마나 못되게 살아 나에게 이렇게 크나큰 시련과 슬픔을 안겨주는 건지... 야속함 보다는 죄책감과 절망감뿐이었습니다. 꼴에 가장이라 아무렇지 않은 척, 억지로 태연한척 눈물 흘리지 않으려 노력해보아도, 고장난 눈물샘은 마르지도 않는지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러 보냈습니다. 어쩌면, 38년 평생 울었던 눈물양보다 아이의 암진단 소식을 듣고 한 달간 흘린 눈물양이 훨씬 더 많았을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된 것도 처음이지만, 아이가 이렇게 크게 아팠던 것도 처음인지라 애석하게도 눈물 흘리는 것이 유일하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아마 소아암 환우 부모님들이라면 처음에 누구나 겪었을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항암 치료가 시작된 후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어떻게든 달라져야만 했습니다. 아이를 살리고 싶었고, 어떻게든 그렇게 하고 싶고, 꼭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 12개월도 지나지 못한 아이가 혼자 고군분투하며 혼자 외로이 잘 싸워 내주고 있는데, 눈물은 더 이상 사치였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서부터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게 되었고, 부모가 되어 부모님의 심정을 더 헤아리게 된 계기가 되질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듯 아이로부터 더 성숙해 질 수 있었고, 부모가 되어 더 철이 들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아이가 어른을 키운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수 있겠네요. 그렇듯 아이는 정말 강합니다. 우리가 생각한 이상으로 더욱더 강합니다. 의사 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은 정말 강하고 잘 버텨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부모님들도 최선을 다해 응원하고 도와주라는 말씀들을 정말 많이 해주셨습니다. 성장 속도가 어른보다 훨씬 빠르기에 성인보다 훨씬 독한 항암제를 투여함에도 불구하고 대견하고 놀랄 만큼 잘 버텨주는 우리 소아암 환우들입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닌게 맞습니다. 머리가 빠지고 열나고, 이제껏 본적 없을 정도의 양을 토 하거나 이유 없이 울고 보챌 때...부모로써 무능함에 속이 미어터지고 미안한 마음뿐이었습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의사의 꿈이 없었던 저도, 아빠로써 의사가 되지 못한 미안함과 후회감에 괴로워 나날을 지새운 적도 있었습니다. 한 병원에 의사선생님께서도 소아암을 겪고 의사가 되어 아픈 환우를 치료해야겠다고 다짐한 후 지금 소아암 병동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치료중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아이도 하루빨리 완치하고 위의 선생님처럼 훌륭한 의사선생님 되어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치료해주며 살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랄게 없겠지만, 공부 못해도 되니 제발 건강하게만 잘 자랐으면 하는 것이 모든 환우 부모님들의 심정이실 겁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치료받는 시기는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이라는 걸 저 또한 겪고 있기에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시간을 인내하고 잘 견뎌내면 위와 같이 분명 좋은 사례와 일이 분명히 찾아올 것이니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믿고 잘 견뎌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아이를 통하여 가족의 소중함, 시간의 소중함, 부모의 희생과 은혜, 자식의 존재와 소중함 등 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부분을 배우고 얻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소아암 환자가 계속하여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저 또한 처음 아무것도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때 많은 소아암 환우 부모님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잘 견뎌내고 극복해내고 있는 것처럼, 처음 겪으시는 환우 부모님들이 제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힘을 받으시고 용기를 가지셨으면 하는 마음에 망설이다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겪지 않을 수 만 있다면 겪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피할 수 없을 때는 하루라도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이의 치료에 전념을 하고, 힘들겠지만 불안한 마음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금이라도 떨쳐내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희 부부도 이 부분이 너무 힘들었고, 아직도 힘든 터라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인 줄 잘 압니다. 하지만, 꼭 극복하고 해결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세상 모든 소아암 환우들이 완치되고 아프지 않는 그날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드립니다. 사람의 웃음은 없던 힘도 생기게 하죠. 어린아이의 웃음은 그 힘의 수백 수천배 이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세상의 모든 아이가 아프지 않고 마음껏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의학적, 과학적으로 해결되어 꼭 그런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래봅니다. 또한 이 세상의 소아암 환우 부모님들께도 정말 감사드리며 존경을 표합니다. 남들이 보기엔 자식을 위한 당연한 희생이라 보일지 몰라도, 정말 위대한 희생이며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걸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이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끝까지 힘내시고 용기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장려상 재미있는 이야기 김예범 & 김민서(母) / 세 /upload_data/dream/2_1/1_574_1_0000_0_m.jpg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재미있는 사연을 3개 준비했는데요,
  첫 번째는 제가 남자인데 피부가 하얗고 항암 때문에 머리카락도 없고 마스크까지 쓰고 다녀서 여자 같았어요. 어느 날 아빠와 운동 중이었는데 어떤 아주머니께서 아빠에게 하는 말... “어머~ 따님이 모델 같으세요~ 호호^^” 게다가 이것뿐만이 아니라 어떤 아이가 “언니~” 하면서 불러서 절 부른 줄도 모르고 가버릴 뻔했어요. ㅋㅋㅋ
  두 번째는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을 때, 하루에 5번 정도 나오는 병원 안내 수칙 안내음이 있는데 너무 많이 들어서 일본어 발음이랑 러시아어 발음도 정확하게 외워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어느 날 침대에 누워있는데 안내음이 나와서 아무 생각 없이 다 따라 했는데 옆자리 여성분이 엄청나게 잘한다며 완전 크게 웃는 거예요. ㅋㅋㅋ 그래서 웃음 바이러스가 퍼졌는지 아빠와 저도 끅끅대면서 웃으니까, 병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빵 터져서 한동안 웃음이 멈추지 않았어요. ㅋㅋㅋ
  마지막은 병원에서 제가 잠들기 전, 아빠가 발을 주물러줬었는데요. 까딱까딱하면 자동으로 손이 온답니다. 어느 날 저의 발을 다 주무른 아빠가 자려는데 누군가 발을 까딱... 엄마였어요!! ㅋㅋㅋ 어쩔 수 없이 엄마까지 주물러 준 아빠가 절망했어요. 그 이유는.. 동생이 남아있거든요. ㅋㅋㅋ 여기서 사연 끝! 이글을 보고 소아암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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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가족의 하루는 거의 병원과의 인사~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드리네요~
  22년 2월 어느 추운 겨울날 갑자기 급성림프모구성이라는 백혈병이 우리 아들에게 찾아왔다. 방송에서만 접했었던 무시무시한.. 큰 병.... 설마 우리 가족에게 찾아올 것으로 생각지도 않았다. 너무 무섭고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길까 우린 아무 잘 못 한 게 없는데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이것 또한 우리네 인생이거니 어느 순간 받아들이고 있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항암치료... 아들의 하루는 구토, 통증, 발열, 설사, 배 아픔, 이식 후 숙주 반응 들로 너무 많이 힘들어했다. 근데 아들이 먹지 않으면 백혈병이라는 존재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서 억지로라도 먹이고 화도 내보고 뒤에서 지난 1년 동안 참 눈물도 많이도 흘렀다. 백혈병 우리 가족이 널 이겨내려고 얼마나 힘들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지만 벌써 2년이 다 되가네.. 이젠 제발 우리 아들에게 떨어져 줬으면 좋겠어.... 제발 부탁이다. 아들..... 우리 아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너의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아빠........ 우리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서 엄마는 뭐든 참을 수 있어~~ 이젠 백혈........ 넌 너무 무섭지만 이젠 우리에게서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 이겨낼 거고 앞으로도 널 또 이겨낼 거야 우리 아들은 백혈병 너와 싸워서 꼭꼭 이길 거야 7살 때 우리 아들의 꿈은 나쁜 사람들을 잡아 감옥에 넣는 멋있는 경찰이었지만 지금의 꿈은 소박하지만 아주 힘든 숙제인 지금보다 더욱더 건강해지는 거야~
  앞으로 재발 없이 완치된다면 우리 아들이 꼭 건강해져서 두발로 뛰어다니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꼭 멋진 경찰이 되는 그날을 기약하며 경찰이라는 그 꿈을 꼭 이루는 그날이 오기를 엄마로서 기도할게........ 항상 좋은 것들만 생각하고 꿈 많은 우리 아들을 항상 응원할게... 사랑한다.. 우리아들
  ps 항상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많은 도움과 지원으로 이렇게 큰 힘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뒤에 우리 아들이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소아암 환자들에게 소소한 웃을 드렸으면 하는 작은 소망입니다.
  - 김예범 엄마 드림-
  
• 장려상 잘 이겨내 줘서 고맙고 또 미안해. 김은선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올해 2023년 내가 18살이 되었고 지난 4월 혈액암 호지킨 림프종 3기 판정을 받았다. 작년 이맘때 목덜미에 혹이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한 해를 보냈다.
  내 목에 있던 혹은 점점 퍼져갔고 나의 한쪽 턱이 마치 사랑니를 뽑은 사람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제야 병원에 갔고 심각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설마 내가 정말 암일까 싶었다. 믿기지 않았고 판정받고 난 뒤까지도 나는 사실 부정했다.
  치료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걸 알았지만 10대이자 여자인 나는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3차까지의 항암을 진행했고 앞으로 3차의 항암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회 기준 평범한 학생처럼 지내지 않았다.
  조금도 공부하지 않았고 학교조차도 가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소년원을 왔다 갔다 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며 지내왔다. 내가 살아온 20년 채 안 되는 인생이 나에겐 전부였고 마치 모든 걸 아는 사람처럼 오만했다.
  뭐든 하면 잘 하겠지 난 잘하는 것이 많으니 조금 더 놀고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할 일들을 뒤로 미루고 나 자신을 점점 바닥으로 내몰았다.
  내 인생에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고 있을 무렵 나에게 혈액암이라는 느껴보지도 못한 막막함과 두려움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 또한 신이 나에게 주신 나의업보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 아픔도 이겨내지 못한다면 나는 성장하지 못한채 제자리에 머물고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게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다는 것을 알기에 이 아픔을 내가 이겨낸다면 앞으로의 시련도 나를 방해 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났다.
  그러다가 보니 혼자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 미래를 계획할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육체적으로 몹시 아프고 힘들지만 아픔이 지나간 자리에는 가장 예쁜 꽃이 핀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씩 이겨낼 수 있었다. 날마다 의미 없게 보냈던 내가 차차 변화하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도 합격했고 내 적성도 조금씩 찾을 수 있었다.
  아프기 시작한 이후로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그림도 그리고 공부도 해보고 나를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땐 그렇게 싫었던 영어에 관심이 생겼다.
  그 이후로 사실 나는 영어에 빠져 미친 사람처럼 매달리고 있다. 처음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겨 기쁘다.
  치료하는 동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혼자 해외여행에 가고 싶다. 또 여러 가지 자격증도 취득할 생각이다.
  아직은 하염없이 부족한 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 이루고 싶어졌다.
  혈액암 판정을 받고 고통 속에 빠져 살 줄만 알았지만 사실 나에게 이 병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 방탕한 삶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병은 나의 구원자가 아닐까 싶다.
  두 번 다시 이렇게 아프고 싶지 않지만 이에 따라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어 고통보다 기쁨이 더 크다.
  그렇기에 이 병을 이제 크게 원망하지 않는다.
  아직도 거울에 비치는 머리카락 하나 없이 텅 빈 나를 보면 씁쓸하기만 하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더 단단해진 내면의 내가 이런 외면의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다.
  완치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 활짝 웃을 날이 올 것이다.
  잘 이겨내 줘서 고맙고 또 미안해.
  앞으로도 나에게 힘을 조금만 더 실어줘. 별거 아니잖아, 얼마 남지 않았어. 누구나 한번은, 아니 몇 번씩 넘어져.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지.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을 거야. 어둠 속으로 떨어지겠지. 난 일어서는 방법을 배웠어. 그러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게 얼마 남지 않은 10대 후회 없이 지내서 멋진 어른이 되어보자.
  너 덕에 병원 냄새만 스쳐도 구역질이 나.
  두 번 다시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고 밉지만, 사실은 정말 고마워. 헤매던 나에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두 번 다시는 마주하지 말자.
  사실 두 번 부딪칠 자신은 없거든, 날 많이 괴롭혔잖아.
  내가 앞으로 웃을 일이 가득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도와줘.
  
• 장려상 코스모스 박세영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저는 서울 성모 병원에 다니고 있는 중학생 소아암 환자입니다. 응급실 검사를 통해 제가 소아암이라는 사실을 저의 알게되었고, 위급한 상태였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환자실에 갔습니다. 처음엔 몸 상태가 괜찮다 생각했고, 빨리 퇴원해 집에 갈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몸은 심각한 상태였고, 2주뒤쯤 중환자실에서 나와, 병동으로 옮겨졌습니다.
  처음엔 왜 병원에 있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며칠뒤 담당 교수님을 통해 제가 소아암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소아암에 대해 잘 몰라서 핸드폰으로 검색해보기도 했습니다. 제가 암에 걸렸고, 항암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았을때 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항암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제가 해야하는 치료가 힘든것인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항암을 하기전 머리가 많이 빠졌고, 머리를 밀어야한다는 사실은 너무 슬펐습니다. 그래도 머리를 밀고 나와서 애써 웃었습니다. 제가 울면 지켜보는 엄마 마음은 얼마나 슬플지 알기에 웃었습니다.
  첫번째 항암을 시작했을때 울렁거리는것 빼고는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구내염이 생겨 한달동안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없어 휠체어를 타고 병동을 돌았고, 재활을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해서 첫번째 항암을 끝내고 집에 돌아왔을 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병원밥이 아닌 집밥도 먹고, 병원 침대가 아닌 제 침대에서 자는 것도 너무 좋았습니다. 그 후로 저는 총 6번의 항암 후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했습니다.
  소아암에 걸린 후 알게 되었던 사실은 건강은 쉽게 나빠진다는 사실입니다. 제 인생에서 딱히 아픈 부분도 없었고, 알레르기조차 하나 없었기에 암에 걸릴거란 생각은 하지못했습니다. 내가 암에 걸린 원인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잠에 들기도 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학교도 너무 가고 싶었고, 친구들도 보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엄청난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제 일상에 불만이 많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제가 살아있는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병원에서 치료 중 몸이 힘들어 엄마에게 자주 짜증을 냈는데, 엄마는 제 짜증을 다 받아주셨습니다. 항암치료를 할 때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저의 엄마는 제게 아주 훌륭한 보호자였습니다. 엄마도 많이 힘들었을텐데 절 간병해주고 항상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자식이 아프면 부모의 마음은 찢어질것같다는데 맨날 밤에 혼자 고통을 삼키며 울었을 저희 엄마에게 미안했습니다. 병원에서 제가 힘들 때, 우울할때 엄마는 저를 웃게 해주는 존재였고, 항상 의지가 되는 든든한 버팀목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있었던 병원의 간호사분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 근무하실때는 힘드실텐데,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시는 모습이 대단하고 감사했습니다. 원래 명확한 꿈이 없었던 저는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며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항암 치료를 겪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내가 항암도 견뎌냈는데, 못할게 뭐가 있어!!” 라는 마음가짐으로 더 많은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같은 소아암 환아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열심히 치료하면 새로운 머리카락도 다시 자라고, 원하는 음식도 먹을수 있고, 몸도 회복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습니다! 소아암 친구들이 항상 행복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너무 힘들어 울고 싶을때는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눈물은 마음을 청소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슬픔을 너무 오래 간직하지 말고 가끔씩은 펑펑 울어보세요. 고통에 익숙한 사람, 잘 견디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괜찮으려고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어요. 너무 우울할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무 생각 하지말고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진정되면서 편안해집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없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시 행복한 감정을 채워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죠?
  “넌 코스모스야 아직 봄이잖아. 천천히 기다리면 가을에 가장 예쁘게 필거야.” 드라마를 보면서 감동받고 위로 받았던 대사입니다. 우리는 힘든 항암을 견뎌냈으니까 어떤 길을 가던 어떤 선택을 하던 잘 해낼겁니다. ️
  우리 모두 지금까지 잘 해냈고 앞으로도 잘 해낼거니까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 장려상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더 많이 사랑해 ♡ 박소정 & 임윤진(母) / 세 /upload_data/dream/2_1/1_583_1_0000_0_m.jpg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꺼운 패딩을 입혀 놓아도 바싹 마른 몸, 털모자를 씌워도 보이는 민머리, 다리에 힘이 없어 비틀 거리는 걸음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었습니다. “이식받고 이렇게 건강해졌어요”라고 보란 듯 다니고 싶었지만, 우리 딸은 이식 전보다 떨어진 수치로 매주 수혈을 받으며 버티고 있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입니다. 무균실에서 만난 이식 동기들은 정상 수치가 되었고 점점 회복해 가는 시기에 6개월간의 시간은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막을 홀로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매일 밤 소리 죽여 울었고 아침이면 퉁퉁 부은 눈으로 히크만 소독을 했습니다. 어느 날,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로 달덩이가 된 딸은 그런 엄마를 위로하듯 덤덤히 말했습니다. “엄마, 나 많이 안 힘들어” 엄마인 내가 더 힘을 내고 응원해야 하는데... 엄마보다 강한 딸은 잘 버티고 있구나... 그러면서 엄마를 위로해 주는구나... 다시 한번 힘을 내야지란 생각에 몸은 바빠지고 더 힘이 들었습니다. 6개월이 지난 어느 시점부터 딸아이의 수치는 느리지만 분명히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바싹 마른 몸이었을 때부터 기존의 옷이 맞지 않는 부은 몸이 될 때까지, 민머리에서 뽀글뽀글 머리가 자라날 때까지, 바닥을 치던 수치가 서서히 올라갈 때까지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일은 결코 절대로 녹녹지 않았습니다. 외래진료 시기가 길어질수록 아이는 힘이 났고 수치가 올랐지만, 푹 재워서 채혈하고 진료를 보게 하고픈 엄마의 맘은 일박이 필요했고 그때 우리 가족에게 단비와 같이 도움을 준 곳은 바로 나음소아암쉼터였습니다. 깜깜한 밤에 도착해 쓰러져 잠들고 아침 일찍 외래에 가야 하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나음소아암쉼터가 있었기에 안심하고 진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사용한 환우의 보호자가 깨끗이 청소한 곳에서 편히 쉴 수 있었고 저 또한 다음 사용할 환우를 위해 내 집처럼 쓸고 닦고 나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펑펑 내린 눈으로 도로가 고립되었을 때, 집으로 내려가는 길이 막막했는데 급하게 연락해 하룻밤을 더 묵을 수 있게 해주셔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김정아 선생님 감사해요 ^^)
  시간은 흐르고 흘러 이식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지난 7월 외래에선 혈소판 208,000이라는 이식 후 최고 수치를 보았습니다. 누군가에겐 그리 높지 않은 수치이겠지만 우리 가족은 눈물이 났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매일 아침 등교 전쟁을 치르는 평범한 중2의 생활을 하는 딸아이를 보며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 평범한 생활을 얼마나 간절히 바랐었는지...
  지금 이식을 받고 병원에 있거나 계획 중인 모든 환우에게 우리 딸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치료받아 아픈 아이가 없는 세상이 오면 좋겠습니다.
  딸아!!
  부디 이대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엄마가 바라는 건 그것뿐!!
  어려운 이식과 힘든 치료 과정을 묵묵히 견뎌 준 자랑스러운 딸 소정아!!
  사랑하고 사랑해
  네 살 때 했던 말 –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더 많이 사랑해 ♡
  - 2023. 9. 6. 소정엄마 임윤진 -
  
• 장려상 겸손하게 감사하게. 이동균 & 정정현(父)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나는 기억력이 정말 나쁜 편인데 동균이가 아픈아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된 날은 똑똑히 기억한다. 2018년은 모든 것이 무난했다. 입사한지 10년차가 되면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특별히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동균이도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나도 여유가 조금 생겼다는 느낌이 들어서 오래 생각하지 않고 입학원서를 넣었고, 두번째 학기가 시작된 추석 연휴였다. 외할머니댁에서 다른 조카들과 잘 놀고, 잘 자고 일어난 아침에 구토를 조금 했다. 동균이가 토하는건 정말 처음봤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미 명절 연휴가 시작되어서 약이나 좀 타올 생각으로 근처 응급실로 갔다. 채혈을 기본검사로 하고 기다리는데 혈소판이 너무 낮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어서 처음에는 어리둥절 했고, 입원을 해야한다고 해서 나는 내걱정부터 됐다. 학교도 가야하고, 출근도 해야하는데..
  그 후 2021년까지 동균은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진단받고 특별한 치료는 없이 외래정기검진과 골수검사나 대증치료 하느라 한번씩 입원을 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이보다 내가 더 중요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그해 8월에 DNA검사를 통해서 판코니빈혈이라는 난생 처음들어보는 진단을 받았고, 그때 뭔가 현실 파악이 되었달까, 내 아이가 희귀 난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에 별거아닐꺼야, 나아질꺼야, 괜찮을꺼야 하고 생각했던 희망이 자만이었던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담당교수님은 진단명 확인 후 바로 조혈모세포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말씀해주셨고, 천운으로 공여자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동균이는 7살 11월 22일에 무균실에서 두번째 생일을 갖게되었다. 공여자분이 지방에 계셔서 조혈모세포가 도착하고 이식은 저녁 8시에 하게되었는데 토마토쥬스같던 조혈모세포가 우리 동균이를 살리는 약이구나, 공여자가 없었더라면 억만금을 줘도 구할수 없는 유일한 약이라고 생각하니 감사함과 소중함에 눈물이 왈칵 나왔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조혈모세포 이식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진짜 치료는 이식 후에 무균실을 거쳐 일반병동으로 나오고, 퇴원 후 면역억제제 치료받으며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이식편대숙주반응을 이겨내는 긴 과정이었다. 더욱이 동균이는 1학년 입학을 하지 못했고, 집에서 최대한 저균식이를 지속하며, 여행은커녕 집밖에 나가는것도 불가능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2학년때는 학교에 갈 수 있었고, 고맙게도 잘 적응하며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직 끝은 아니다. 판코니빈혈은 이식 후에도 고형암 발별 위험은 잔존한다고 했고, 이식자체도 1년여까지는 수치도 불안했고, 피부에 이식편대숙주반응도 생겨서 고생했다.
  그래도 긴 시간 동균 혼자 싸운 것이 아니라 지정헌혈 도와주신 많은 지인들과, 힘이되어준 가족들, 그리고 이름모를 헌혈자들, 공여자분과 의료진들, 소아암협회와 재단에서 보내주신 응원과 동균이와 다른 친구들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들, 집에서 학교수업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가 있기까지 거쳐가고, 애쓰셨을 많은 환아 부모님들과 관계자들, 동균친구들과 선생님들 덕분에 잘 버틸수 있었다. 가끔씩 내 아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요즘 소아과 폐업이 늘어나고,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없다는 뉴스에도 지금보다 무디게 반응하고, 아픈 아이들이 얼마나 용감하고 씩씩하게 치료를 이겨냈는지 대견함 보다 그저 불쌍하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픈 아이들을 위해 병원이나, 병원밖이나 애써주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도 간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동균은 행운의 아이, 감사함으로 키운 아이이다. 동균이와 긴 시간 치료와 회복을 위한 긴 시간을 보내며 이기심과 자만심은 버리고 감사함을 좀더 많이 느끼는 내가 되었다. 그건 동균이도 마찬가지이고, 앞서 겪었던 고난이 몸과 마음이 단단한 사람으로 될수 있는 경험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받은 것을 잊지않고 타인을 향한 배려와 사랑도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 장려상 불쌍할 수 있지만 불쌍하지 않은 아이 이아린 & 박상희(母)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저희 아이는 백혈병입니다." 2022년 12월 발병하여 벌써 10개월이 다되어가지만 저는 아직 이 말을 하게 될 때 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을 글썽입니다. 내 아이가 아프다는 그 사실보다 종종 더 슬프게 하는 건 무심코 보낸 위로의 반응일 때가 있었습니다. 공고요법으로 주 4일 외래를 하던 때에 자주 마주치던 할머님이 계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아기는 왜 올때마다 여기있는고?"라고 여쭤보셔서, "아기가 백혈병이예요."라며 애써 대답드렸습니다. "저 어린애들도 그런 병에 걸려요? 애기가 불쌍하네."라는 말씀에 심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또 얼마후 어떤 초등학생쯤인 아이가 듬성듬성 빠진 저희 아이의 머리를 물끄러미 보더니 "왜 아기 머리카락이 조금밖에 없어요?"라고 물어왔습니다. "아기가 백혈병이라 치료받고있어서 그래..."라고 답했고 또다시 날아온 그 말, "아기 불쌍해..." 그들은 어린 아이가 아프다는 사실에 연민과 공감의 표현했을지 모르지만 저는 동정의 표현으로 느껴져 너무나 속상하고 싫었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더 이상 그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어느날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가는 중 속상한 마음에 남편에게 왜 하필 우리 아이가 아프고 불쌍한 애가 되어야하냐고 울며 넋두리하였습니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남편이 넌 왜 불쌍하다는 말이 싫어라고 물었고, 저는 불쌍한건 결핍하고 불행한 아이로 우리 아이를 정의하는 것 같아 싫다고했습니다. 곰곰히 말이 없던 남편이 입을 열었습니다. "불쌍하다는 표현은 제 3자들의 의견이야. 물론 좋은 뜻은 아니지만 그게 불행하다는 뜻도 아니야. 불행하다는건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이야. 우리 아이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불쌍한 아이일지 모르지만 그건 우리가 바꿀 수 없어. 다만 우리가 행복과 많은 사랑을 느낄 수 있게하면 행복한 아인거야. 우리 치료 잘되고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만 생각하자."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마음이 조금 고요해지는 듯했습니다. 스스로 왜 타인의 말에 그리 크게 동요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의 병과 상태, 치료 방향과 경과 등 내 스스로 판단하고 정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는 무기력인지 혹은 스스로 받아들이고 정의하기 어려운 이 상황을 타인의 부정적인 말로 정의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건 부모로써 아이가 아프다고해서 불행한 아이, 더 나아가 가정이 되지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시간들이 기억으로 남게되었을때 우리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성장과 행복의 자양분으로 남을지 지우고 싶은 기억일지 결정될테니까요. 그래, 불쌍할 순 있지만 행복한 아이로 매순간을 키우자.
  저희 부부는 이 날을 계기로 조금씩 변하고있습니다. 아이의 안전과 컨디션이 허락되는 선에서 다양한 경험과 즐거운 자극을 주기 위해 외출을 늘렸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아껴두던 것들을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기꺼이 내어놓기도하구요. 가장 큰 변화는 주변에 아이의 상황에 대해 알리고 도움과 응원을 받으며, 소아암 아동을 위한 나눔이나 이벤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와같이 종종 무너지고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도 오겠지만 주변의 응원과 기도로 끝내는 병을 완치하여 행복한 내 아이가 될 것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버텨보려고합니다. 모든 환아의 부모님들께서도 저희 부부와 같이 하루에 수백번의 죄책감과 삶과 죽음의 경계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함에 고통받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버티게하고, 잘 버텨줄 우리 아이들은 곧 건강하고 행복하고 더 강하게 클거예요. 그 사실만 믿으며 하루하루 우리 스스로 버티며 살아가요. 모든 엄마 아빠 힘내세요.
  
• 장려상 따뜻한 말 한마디 정서화 & 전슬기(母)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저희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소아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을 받던 날이 설명절 전 날이었는데 각 침대마다 놓여있던 명절떡이 너무나 보기 싫어 아이를 안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의 치료과 감염관리 때문이 병원과 집 이외에 외출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틀에 한번 외래를 보는 날이 유일하게 외출을 하는 날이었는데, 어르신들의 따가운 시선과 혀차는 소리에 저희가족은 더욱 움츠러들고 예민해져만 갔습니다.
  여느때처럼 외래를 보고 필요한 서류발급을 위해 원무과 앞에서 아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옆엔 나이 지긋하신 부부 두 분이서 저희 아이를 빤히 보고 계셨습니다. 또 좋지 않은 소리를 들을까 지레 겁을 먹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는데 인자한 미소와 함께 "아이가 참 예뻐요" 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이아빠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고 겨우 감사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민둥머리에 퉁퉁부은 얼굴에 누가봐도 아프고 치료를 받는 아이었는데 너무 예쁘다고 잘키우라며 격려해주시는 그 분들의 말씀에 그동안의 고생을 다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날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저희 가족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항암이 중단되고 개흉수술도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잘 키우라는 그 말 덕분인지 아이는 씩씩하게 이겨내고 곧 종결 2년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언젠가 뵙게 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덕분에 저희 아이가 무사히 잘 자랐습니다.
  덕분에 잘 지켜내고 잘 키우고 있습니다.
• 장려상 외톨이야! 정주원 & 최지애(母)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만3살 주원이는 1년 동안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항암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유지 치료가 1년 6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주원이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절반을 병원 항암치료로 보내고 있습니다.
  주원이는 유치원 입학을 1주 남겨두고 백혈병 진단을 받아 항암 치료를 시작했고, 그 이후 유지치료 중에는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 근처로 이사 온 아파트에는 주원이 친구가 없었습니다.
  집에만 있긴 너무 답답해서 놀이터를 나가면 혼자 겉도는 아들을 보게 됩니다. 하원 길에 놀이터에서 노는 또래 친구들은 낯선 주원이와 쉽게 놀아주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미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의 놀이로도 즐겁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항암으로 머리카락이 없는 주원이의 외모를 보고 몇몇 순수한 아이들 가운데는 “넌 왜 머리카락이 없어?”하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원이는 대답하지 않고 저에게 와서 “엄마! 이제 다른 놀이터 한번 가보자”고 했습니다.
  한 번은 착한 형아가 술래잡기 놀이를 같이 해주었습니다. 주원이가 너무나도 즐겁게 놀았고, 저 역시도 그 아이가 고마워 헤어질 때 간식을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이후로 주원이는 “형아를 보러 가자”고 자주 말했습니다. 그리고 형아랑 놀았던 놀이터에 가서 다시는 오지 않는 그 형아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1시간 정도 기다려도 오지 않을 때는 씁쓸한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원이는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저랑 단둘이 노는 시간이 늘어갔습니다.
  저희는 남편이 쉬는 날에는 공원을 주로 갔었습니다. 공원에 돗자리를 펴고 간식을 먹고 있는데, 옆에서 노랫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외톨이야~ 외톨이야~ 다리다리다라 두!” 들려오는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주원이가 마냥 귀여웠습니다. 그래서 물어 봤습니다. “외톨이가 무슨 뜻인지 알어?” “어! 알어!” “무슨 뜻이야?” “나잖아!” “왜 주원이가 외톨이야?” “난 친구가 없잖아!” 저와 남편은 주원이의 말을 듣고 너무 놀랬습니다. 우리는 그 날 이후로 주원이가 친구가 없어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주원이는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유튜브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주원이는 영상을 볼 때마다 ‘좋아요’와 ‘구독’ 버튼을 꼭 눌러줍니다. 하루는 “왜 보지도 않고 좋아요랑 구독을 눌러?”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주원이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야 마음이 안 아플거잖아!” 주원이는 스마트폰 게임 속에도 친구가 많습니다.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지만 그들이 친구 요청을 하면 다 받아준 것입니다.
  유지 치료 후 처음 맞이하는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나음소아암센터’를 방문했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센터 선생님들과 같은 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형들, 누나들, 친구들, 그리고 동생들을 보며 주원이는 너무 즐거워했습니다. 온 몸이 땀으로 뒤범벅 되도록 뛰어 놀았고, 돌아오는 차에서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치료 과정 중에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주원이가 가끔씩 묻습니다. “우리 언제 다시 거기가?” “어디?” “쿠키도 만들고, 축구도 하고, 종이 뒤집기도 한데” “아! 나음센터? 거기 가고 싶어?” “응! 거기 너무 좋았잖아! 친구들이 있잖아!” 순간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났습니다.
  ‘외톨이라’ 노래 불렀던 주원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 있습니다. 병원과 센터입니다. 두 곳 모두 자신의 친구가 있는 곳입니다. 두 곳 모두 자신이 더 이상 외톨이가 아니라 느끼는 곳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기다림을 안겨주는 나음소아암센터가 있어 참으로 감사합니다.
  
• 장려상 완치자 한수민 입니다. 한수민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26살이 된 소아암 완치자 한수민입니다. 현재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입사 한지는 1년 8개월 정도 되었고, 저의 직업에 자부심과 만족감을 가지고 회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5년전만 해도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이 집에서만 생활을 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때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 받았습니다. 진로를 위해 고민하고 고등학교를 넘어서 더 큰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완치를 하고 나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고 그냥 갈 수 있는 대학에 등 떠밀려서 가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고등학교때 친했던 친구들과도 연락이 서서히 멀어지게 되고, 대학교에서 또래의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적응을 하지 못하여 학교를 일주일 다니고 휴학을 했고 다시 복학한 후에도 한학기를 다니고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계속 집에만 있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무서워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피하고 외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사람들은 점점 사라졌고,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부산소아암 나음 센터에서 주관하는 두드림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두드림 프로젝트는 팀원을 꾸려서 활동비를 지원받아 서로의 꿈에 관련하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며, 결과를 만들어 내는 프로그램이였습니다.
  총 두차례 참여를 하였는데, 처음에는 등떠밀리듯이 엄마의 권유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별로 흥미도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가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해보자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이어 나갔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센터 복지사분들과 맛있는 것도 먹으러가고, 다른 다양한 활동도 하면서 점점 재밌어졌습니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대충해야지 하는 마음이 더 컸지만,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될수록 잘하고 싶어졌습니다.
  팀의 프로젝트는 경주에 한옥을 답사한 후 한옥 양식이 섞인 현대식 건물모형을 만들어 보는 것이였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활동을 하면서 답사도 다녀오고 건축모형도 만들어 보며,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결과물을 발표할 때, 저의 건축모형을 보고 좋아 해주는 센터의 아이를 보고 처음으로 스스로 뿌듯했습니다. 그후 건축모형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건축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결과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게 되었고, 수석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뿌듯함을 다시 느끼기위해서 건축 설계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두드림 프로젝트를 하면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고 생각과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나와 같은 친구를 보게 된다면 괜찮다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행동하다 보니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과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도망치고 회피하고 외면하고 살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한 순간이었지만 전부 놓쳤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친구들에게 무섭더라도, 힘들더라도 딱 한번만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고, 누군가 다가와 먼저 말을 건네고 손을 내민다면, 도망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장려상 너무 그리운 언니에게 황희엘 / 세 /images/sub/dream/thumb_2.jpg 언니~ 우리가 만난지 벌써 1년이 넘었어~
  같은 병실에서 처음 언니를 만났을 때 나이도 많고 심각한 언니의 상태를 보고 아무말없이 바로 옆 커튼속에서 언니를 위해 기도 했어. 항암 후 퇴원을 해서도 언니의 아부가 궁금하고 걱정이 되었지.
  어느날, 언니와 다시 같은 병실을 쓰게되어 과자도 나눠먹고 대화도 하고, 언니가 키우던 강아지 사진도 보며 즐겁게 보냈지. 외래에서도 언니를 만날때가 진짜 좋았어.
  두달전 언니의 생일날 그날 외래에서 언니 만나 스티커 사진도 찍고, 밥도 같이 먹고 , 나보다 12살이나 많은 띠동갑 언니지만 나를 사랑해주고 예뻐해주는 언니의 마음이 느껴졌어. 그리고 언니도 항암 힘들텐데 내 걱정해주고...
  그리고 한달전 새벽에 언니가 응급상황이 되어 힘든시간에 나에게 화상전화 걸어줬자나. 지금 생각해보면 끝까지 나를 생각해준 언니가 너무 고맙고 고마워.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언니와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해.
  며칠후 엄마가 잠깐 가볼곳이 있다고 하며 검정옷을 주는데 나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 언니를 떠나보낼 준비가 안되었거든. 언니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며 아프지 않는 곳에서 웃으며 지낼 언니를 상상해봤어. 그리고 내가 슬퍼하면 언니가 더 마음아파할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제는 안울거야~
  언니 몫까지 더 건강하게 지낼게~ 언니도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내!
  언니, 힘든 항암의 시간 속에서 사랑주고 사랑받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견딜 수 있는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그 시간 잊지 않을께. 고맙고 사랑해. 언니 보고싶어 잘지내.
  -언니를 사랑하는 병원동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