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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멋지게 꿈꿔도 된단다!

2024년 희망장학금 선정자 전예원 완치자의 ‘나는 희망이다’ 에세이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2015년 진단받고 치료를 마친 전예원 완치자는 현재 미디어영상광고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안 아픈 손가락의 배신

어려서부터 튼튼하기만 했던 나와는 다르게,
4살 터울의 오빠는 늘 잔병치레가 많았다.
툭하면 팔이 부러져 집에 오지를 않나, 틈만 나면
병원 신세를 지는 오빠는 늘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2015년 1월을 기점으로, 우리 둘의 운명이 바뀌었던 걸까?
건강하던 내 몸으로 잘못 찾아온 듯, 암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엄마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암을 임신하다

중학교 졸업반을 기다리던 겨울 방학이었다.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방학을 보내던 중, 갑자기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찾아왔다.
다음 날 엄마와 함께 동네 소아과를 방문했다. 뜻밖에 돌아오는 답변은,
맹장이 아니라 대신 다른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었다.
내 배에 축구공만 한 악성종양이 있어 난소암이라는 진단 결과였다.
게다가 급성이어서 바로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수술 후 항암치료가 세 차례뿐이라는 사실 또한 행운이었지만
그런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 떨어진 머리카락들만이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가장 미어지게 할 뿐이었다.

#암이 남기고 간 것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다.
고교에 입학해 눈떠보니 친구와의 격차는 이미 벌어져 있었고,
나는 그걸 금세 메꿀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도 독기도 없었다.
흐지부지하게 살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듣게 되었다. 계속 이렇게 무기력하게 사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는 암에게 끌려다니는 것밖에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나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다시금 삶의 의지를 다지고 용기 내볼 수 있었다.
5년 전 암이 내 삶을 멈췄다면, 5년 후의 똑같은 그 암이 내 삶을 다시 움직인 것이다.

#내가 더 멋지게 꿈꿀 수 있어!

다시금 빛 바랜 꿈을 꺼내 보기로 결심했다.
그 대신 내가 또 포기하고 지치는 일이 없도록,
내 속도에 맞춰 천천히 하나씩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에도 바쁜 삶이다.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임을 잘 알기에 남의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살아갈 힘이 생겼다.
이렇게 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면서 암이 방전시킨 나의 에너지를
조금씩 다시 나만의 방법으로 충전시키는 중이다.
누군가에겐 우리의 극복기가 위로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도전이 될 것이다.
그저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에 다른 경험을 했을 뿐이다,
오히려 그 시간을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로 하여금 더욱 빛나고 멋지게 만들어줄 수 있는,
남들에겐 없는 우리만의 유일무이한 경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4 희망장학금 전달식 현장

힘든 치료를 마치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아암 완치자를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2007년 시작된 희망장학금! 올해에도 25명의 완치자들에게 잘 전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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