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맙죠!'
송용주 자원봉사자의 쉼터 이야기

봄꽃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지난 3월 말, 서울 대학로 인근에 위치한 우체국 한사랑의집(이하,서울쉼터)에서
봄바람만큼이나 마음이 따뜻한 송용주 자원봉사자를 만났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갑자기 봉사활동이 중단된 지 두 달 만에 쉼터에 방문한 그의 얼굴이 밝다.

  • Q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곧 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5월, 그는 이미 훈련소 과정을 끝내고 사회복무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 A

    입대를 앞두고 정말 감사하게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하게 됐어요. 군대를 가게 되면 언젠가는
    놀이봉사활동도 그만둘 때가 온다는 걸 알고 있어서 아이들과의 헤어짐에 대한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아이들이랑 헤어지게 될 줄은 몰랐어요.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랑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갑자기 봉사활동을 그만두게 된 게 너무 아쉬워요.

  • Q

    3년 동안 거의 빠지지 않고 쉼터에서 매주 봉사활동을 해왔다고 들었어요.

  • A

    아이들 덕분에 매주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봉사활동 끝나고 집에 돌아갈 때쯤 아이들이
    “선생님 몇 밤 자고 와요?”라고 가끔 물어봐요. 아이들이 큰 의미 없이 하는 말일 수도 있고,
    진짜로 하루하루 손꼽아 셌는지는 모르겠는데(웃음) 그런 말을 들으면서 제게 어떤 책임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아무리 봉사활동이라지만 매주 아이들과 한 약속이고, 또 어머님들과의 약속이기도 하고. 여기 쉼터에 계신
    사회복지사 선생님들, 더 크게 보면 재단과 한 약속이기도 하고요. 또 제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한 거니까
    매주 약속을 꼭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져서일까? 인기 만점의 송용주 봉사자가 쉼터에 오는 날이면
    아이들은 아침부터 봉사자를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 Q

    쉼터 담당자 선생님의 말로는 혼자서 7명의 아이들을 돌본 적도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이 정도면 보육교사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아이들과 놀 때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 A

    제가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건 아니라서 말하긴 좀 그렇긴 하지만... 저는 그냥 제 방식대로 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한 두 명 정도 있으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놀아줄 수 있는데, 3명 이상 넘어가면 쉽지 않죠(웃음).
    아이들마다 하고 싶은 게 다 달라요. 그럴 경우엔 우선 아이들이랑 협상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A,B,C가 같이 있는데 A만 하고 싶은 놀이가 달라요. 그러면 일단 B,C 에게 설득을 하죠.
    대개 이 단계에서 설득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게 다 다르니까요(웃음).
    그러면 그 다음으로 우리끼리의 규칙을 정하는 거죠. 시계를 가리키면서 “우리 몇 분까지는 A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이따가 B가 하고 싶은 걸 하자.”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랑 협상을 했던 것 같아요.

  • Q

    대화가 안 되는 어린 친구들은 조금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 A

    어린 아이들이 같이 있으면 먼저 좀 더 어린 친구들부터 챙기고요. 그럴 때 더 큰 아이들이 옆에서
    도와주기도 했어요. 어린 동생들이 있으면 제가 다른 아이를 보는 동안 큰 아이들이 곁에서 동생들을 챙기면서
    언니 오빠 역할을 하고요. 그럴 땐 정말 고마웠죠.

  • Q

    원래 아이들과 쉽게 친해지는 편이에요?

  • A

    제가 원래 낯도 잘 안 가리고 먼저 잘 다가가는 성격이긴 해요. 그런데 아이들은 좀 다르더라고요.
    이전엔 아이들이랑 놀아본 적도 없고,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라서 처음에는 조금 어려움을 겪었는데,
    그래도 시간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이랑 잘 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선입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저를 대해줬어요. 제가 여기 와서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할 때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뿐인데 아이들이 저를 잘 반겨주니까 제가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었어요. 오히려 아이들이 저랑 잘 놀아줘서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웃음).

  • 얘기를 나눠볼수록 아이들에 대한 그의 애정과 정성이 느껴졌다. 아이들의 생일이나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는 선물까지 따로 챙겨주기도 했다는 훈훈한 미담도 쉼터에 전해졌다.

  • Q

    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 A

    대학에 와보니 주변 사람들이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또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졸업요건으로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 했어요. 그래도 이왕 봉사활동을 할 거면 좀 더 진정성을 가지고 내가 잘 할 수 있는걸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 눈에 들어온 거예요. 사실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쯤에 저희 어머님이
    혈액암 투병을 하셨어요. 이왕이면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아이들을 좀 좋아하기도 하고요.

  • Q

    그동안 활동을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 A

    흠... 언젠가는 봉사활동 끝나고 지후(가명)가 자길 따라오라고 해서 쉼터 숙소로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방문 앞에 서 있는데 팔찌를 4개를 가져오는 거예요. 선생님 주려고 갖고 온 거라고, 저보고 고르래요. 너무 감동을 받아서
    그 중에서 한 개를 고심해서 골랐어요. “진짜 선생님 가져도 돼?”라고 계속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아무거나 꼭 고르래요.
    그런데 분명히 아무거나 고르라고 했는데 제가 하나를 골랐더니, 아 그건 안 된다고. 그건 아빠 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결국 지후가 고른 팔찌를 제게 줬어요. 아이들의 행동은 예상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쉼터를 나왔는데, 가다가 뒤를 돌아 봤거든요. 아이들이 창문 뒤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는데...
    그것도 기억에 남아요.

  • Q

    소아암이라는 특성 때문에 아이들을 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을까요?

  • A

    처음엔 소아암 치료 중인 아이들이다 보니 막연히 어려운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이랑 놀다 보면 아픈 아이들인 걸 저도 잊게 돼요. 적어도 함께 보냈던 그 시간만큼은
    다른 아이들이랑 다를 게 없었어요.

  • Q

    앞으로 자리를 대신할 후임 봉사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A

    이 말은 하고 싶어요. 적어도 3개월 정도는 해라! 처음에는 힘들 수 있지만 포기하지 마라(웃음).
    일단 3개월을 버티면 그 이후부터는 쭉~ 갈수 있을 것이다. 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Q

    마지막으로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 A

    당연히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아이들이 쉼터에서 오래 지낼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게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고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다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어요.

닫기버튼

개인정보 수집 및 사용에 관한 동의
본 재단은 웹진(뉴스레터) 신청에 관하여 개인정보를 수집 및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 또는 조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4조에 의거 신청자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신청자 본인에게 아래와 같이 본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 및 제공(조회)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요청합니다.
수집이용 및 제공(조회) 목적 · 웹진(뉴스레터) 발송
수집이용 및 제공(조회)할
개인정보 항목
· 개인식별정보 : 이름, 휴대전화번호
보유 및 이용기간 위 개인정보는 수집이용에 관한 동의일로부터 위 이용목적을 위해 보유(사용)됩니다. 다만 기부자 본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원처리 및 사례관리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유(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의를 거부할 권리와
거부에 관한 불이익
위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관한 동의에 대하여 거부할 수 있으나,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웹진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
위와 같이 본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개인정보 수집 및 사용에 관한 동의
본 재단은 웹진 독자의견에 관하여 개인정보를 수집 및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 또는 조회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4조에 의거 신청자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신청자 본인에게 아래와 같이 본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이용 및 제공(조회)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요청합니다.
수집이용 및
제공(조회) 목적
웹진 독자의견 접수
수집이용 및 제공(조회)할
개인정보 항목
개인식별정보 : 이름, 이메일 등 고유식별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위 개인정보는 수집이용에 관한 동의일로부터 위 이용목적을 위해 보유(사용)됩니다. 다만 기부자 본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원처리 및 사례관리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보유(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의를 거부할 권리와
거부에 관한 불이익
위 개인정보의 수집이용에 관한 동의에 대하여 거부할 수 있으나,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독자의견을 접수할 수 없습니다.
위와 같이 본인의 개인정보를 수집(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