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2020년 희망장학금
선정자 윤영주 완치자의 에세이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평범했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큰 위기가 찾아왔다.
중학교 입학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날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잘 걷지도 못하게 되었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도착한 대학 병원에서 모든 검사를 다 마친 후 나는 엄마 핸드폰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검색이 하고 싶어져서 네이버 앱에 들어갔다.
검색을 하려는데 ‘백혈병’, ‘백혈병에 좋은 음식’, ‘백혈병 증상’ 등의 키워드가 최근 검색 기록으로 남아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백혈병이 의심 되는구나. 그 날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집에 가지 못했던 것이.
입원을 한 후, 정말 긴 싸움이 시작됐다. 입안이 헐고, 온 몸에 좁쌀이 나고, 구토도 많이 했다.
거의 60kg에 육박했던 몸무게가 38kg까지 빠져버렸다. 온몸에 근육이 빠져 잘 걷지도 못했고,
어느 날엔 갑자기 숨 쉬는 법을 까먹어서 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했다.
숨쉬는 걸 어떻게 까먹을 수 있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땐 정말 그랬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빛은 있었다. 항암치료 기간 동안 나의 취미는 클레이로
미니어쳐 만들기였다. 처음에는 치료 때문에 먹지 못하는 음식을 클레이로라도 만들어
대리만족 하려는 심리였다. 나는 점점 더 많은 작품을 만들었고 작품은 더욱 정교해졌다.
잘 앉아 있지도 못하는 내가 음식 미니어쳐를 만들 때에는 1시간 이상을 줄곧 잘 앉아있었다.
다 만들면 엄마 아빠에게 보여주며, 잘 만들었다고 칭찬받는 게 치료기간 중 유일한 낙이었다.
엄마는 늘 병실 어딘가에 내 작품을 전시해 두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학창시절을 잃은 것도, 친구들을 잃은 것도,
한창 꾸미고 싶을 나이에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내야 했던 것도, 항암제로 인해
부어 오르는 내 얼굴을 보는 것도 다 괜찮았다. 정말 다 괜찮았다.
하지만 나의 꿈을 잃은 것만은 괜찮지가 않았다.
나는 8살때부터 플룻을 불었다.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재능도 있었다.
하지만 진단을 받은 후로는 플룻을 불 수가 없었다.
숨 쉬는 것도 어려운 나에게 호흡이 생명인 관악기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항암이 진행되고 몸이 더 안좋아질수록 점점 플룻을 쳐다보기도 싫어졌고,
결국 옷장에 악기를 넣어 놓고 절대 그 옷장을 열지 않았다.
다시는 음악과 인연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나의 꿈을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
치료를 종결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지만 꿈이 없어 그저 주어진 학업에만 충실하던 어느 날,
엄마가 내게 물었다. “영주야 너 그냥 다시 음악 할래?” 내가 음악을 다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절대 못했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열정이 깨어나는
느낌이었다. 입시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나는 고민도 없이 한 번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내가 선택한 악기는 바이올린. 플릇과 같은 음역대의, 현악기 중에선 가장 가벼운
악기였다. 태어나서 바이올린을 한 번도 배워 본 적이 없었고,
시간도 없던 상황에서 나는 음악을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입시 기간 동안, 남들보다 시작이 늦은 만큼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는 압박이
언제나 있었다. 꿈에 대한 열정을 놓지않고 엄청난 시간을 연습에 투입한 결과
바이올린을 시작한지 1년만에 기적적으로 입시에 성공하게 되었다.
삶에 대한 의미 없이 지내던 나에게 소아암은, 건강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게 해줬다. 또래보다 철이 일찍 들었고, 아픈 애라고 무시당하기
싫어서 더욱 열심히 살게 해준 동기가 되었다.
지금 나는 치료받는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을 위해 기도한다. 지금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을 걷고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빛이 나타날 것이라고. 치료 중인 아이들과 가족들의 일상과
마음을 알기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항암치료 별거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지 못할 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들 모두 이 병을 이겨내고 더 멋지게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다. 치료 종결 후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지금 치료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희망일 테니, 당신들도 건강해져
또 다른 환아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완치자들이 전하는 더욱 다양한 희망 스토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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