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증 속 따뜻한 세상을 만나다
2014년 1월 21일. 학교에 가기 위해 길을 걷던 중 우연히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간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과거 방정환재단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만났던 아이들과의 좋은 추억 때문인지 ‘어린이’란 단어가 자꾸만 눈에 밟혀 결국 그날 자원봉사 신청을 했습니다.
자원봉사 첫날, 아이들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도착한 사무실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미술치료, 놀이치료를 위해 방문한 소아암 어린이들 외에는 사무실을 찾아오는 어린 친구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에 앞서 기관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대상자의 특성상 예전에 봉사했던 기관처럼 아이들과의 다양한 만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 궁금함도 잠시
첫 업무로 기증받은 헌혈증을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헌혈증이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배웠지만, 홀로 책상에 앉아 직인을 찍고 정리하는 일은 생각만큼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까? 잠시 손을 멈추고 수북이 쌓여있는 헌혈증을 살펴보던 중 증서에 적힌 이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헌혈증을 모아 보내주신 분들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지루함 속에 생각 없이 정리했던 헌혈증들은 소아암 어린이를 생각하는 누군가의 따뜻한 나눔이었습니다. 생각이 바뀌고 나니 헌혈증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다가왔습니다. 홀로 책상에 앉아 있다고 생각했지만, 헌혈증을 통해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원봉사 첫날 헌혈증을 통해 느낀 따뜻한 세상은 제가 꾸준하게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제가 하는 일은 무엇보다 특별한 일이라는 걸 알게 해 준 많은 분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