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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우울함을 극뽁! - 성소연 완치자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2017.01.04
  • 성소연완치자2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을 받고 약 2년 반의 치료과정을 거친 후 치료를 마친 21살 성소연이라고 합니다. 완치한 지 10여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투병했을 때의 일들을 생각하면 콧잔등이 시큰시큰해져요. 사실 저는 투병 중에 떼도 많이 쓰고, 부모님과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워서 지금 투병 중인 다른 여러 환우들, 그리고 그 부모님들에게 글을 쓰려니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드네요. 많이 모자란 글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게 있어서 백혈병 투병 시간은 단순히 치료를 반복하는 시기가 아니라 제 인생을 바꿔주고, 또 제 진로를 정해준 뜻 깊은 시간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질문 하나 할게요. 제가 긴 치료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이 뭐였을까요? 독한 약물치료? 아님 커다란 주사바늘? 식후에 먹는 어마어마한 약들? 전부 아니었어요. 제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병실에서의 심심함과 무료한 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백혈병에 걸리기 전, 저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활기찬 아이였습니다. 그런 제게 병원이라는 곳은 너무 재미없고 답답한 공간이었죠. 다른 아이들은 지금 수업을 듣고, 다 같이 급식을 먹고, 놀이터에서 뛰어 놀 시간이었는데 저는 병실 복도를 돌아다니거나 밍밍한 병원 밥을 먹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나는 왜 이럴까,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놀고 싶은데, 어째서 그렇게 사소한 일들도 허락되지 않는 걸까’하는 원망 섞인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나게 되었고, 나중엔 우울증과 짜증으로 번지기 시작했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많으니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왕창 하면 되잖아!’ 그게 시작이었죠. 보조책상을 꺼내고 저는 제가 뭘 하고 싶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별의별 것들을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시도를 반복하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일기와 그림 그리기입니다. 사실 병실에서의 일상은 늘 똑같지만, 매일 새로운 삶처럼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고 그 때문에 하루를 보낼 때도 저 스스로 ‘어제랑은 좀 다르게 보내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 쓸 것이 없던 날에는 그날 먹었던 병원 식사를, 그리고 맛을 평가하기도 했어요. 식단은 매일 다르게 나오니까요. 두 번째는 요리책 읽기입니다. ‘초등학생이 요리책을?’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보았는데요, 사실 요리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요리책에 있는 음식사진을 보는 낙이 더 컸어요. 먹지도 못하는 음식, 보기라도 양껏 보자는 마음이었죠. 하하. 그러다 요리책에 있는 음식을 그려보기도 하고,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도 살펴보고, 그리고 점점 요리에 대한 흥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저는 무료하고 지루했던 병원생활을 좀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고, 또한 스스로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런 시간 덕에 요리와 음식은 제게 또 하나의 꿈으로 다가왔습니다. 투병기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요리를 하면서, 저는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고 아픈 사람들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좇아 지금은 식품외식산업학과에 재학 중이고 푸드마케팅 분야의 길을 모색하고 있어요.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음식 평론가나 푸드 스타일리스트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 중입니다. 인생은 한번뿐이니 꿈꾸는 모든 것들에 도전해 보면서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아팠던 시절, 하고 싶었던 것들을 노트에 줄줄 적어가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저는 가끔 ‘만약 내가 백혈병에 걸리지 않았더라면.’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마 지금의 제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겠죠? 백혈병 치료는 분명 힘든 과정이었지만 고난이나 역경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긍지를 키워 준,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 열심히 병과 싸우고 있는 친구들! 비록 지금은 ‘나는 왜 이렇게 약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치료가 끝나고 나면 내가 얼마나 남들보다 강하고, 멋지고 또 특별한 사람인지 깨닫게 될 거에요. 모든 환우들이 좁은 번데기 껍질을 뚫고 나와 반짝반짝 빛나는 날개를 펼쳐 높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누비는 날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성소연(1996년생)

      2005년 2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

      2007년 8월 치료 종결

      현재 경북대학교 식품외식산업학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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