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중학교 1학년 겨울에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지럽고 머리가 아파서 병원을 갔더니 빈혈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큰 병원으로 갔고 그때부터 병원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진단을 받은 후 처음으로 겪는 항암 치료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투병생활이 이어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독서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읽는 것은 저에겐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면역력이 약해져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책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거나, 항암주사를 맞을 때에도 제 곁에는 고맙고 든든한 어머니와 책이 있었습니다. 치료가 너무 힘들어 몸도 마음도 지쳐 있을 때 ‘피아노 치는 변호사 Next’를 읽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처지의 주인공이 치료 중에도 공부를 하고 피아노를 연주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재도전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아팠다는 공통점이 저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다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약해진 체력으로 운동하기가 힘들었지만, 매일 걷기와 운동으로 정상인과 같은 수준의 체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1년 만에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었고, 공부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독서는 저의 힘들고 무기력한 상황에서 용기와 희망을 주었습니다.
치료 마지막 단계인 완전유지에 들어간 후, 저를 치료하셨던 교수님의 추천으로 빈 소년합창단과 협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협연으로 조선일보, KBS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자가 ‘여러분과 같이 소아암을 앓았지만 이겨낸 박나은 양’이라고 소개를 하고 연주를 하자, 객석의 같이 치료받았던 친구들, 동생들, 또 부모님들까지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희망을 보았다.’라는 예상치 못한 칭찬과 격려로 제 자신도 감동이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훌륭한 연주도 감동을 주지만, 완치자인 제가 연주를 했기 때문에 더 감동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다시 서게 된 연주회 무대에서 제가 연주하는 곡들이 몸과 마음에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되는지 더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제 아픔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직접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힘든 병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치료과정을 겪었고 힘든 마음을 알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돕고 싶었습니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간호사라고 생각하여 간호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치료 과정은 정말 힘들고 이게 과연 끝날까 싶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 꿈이 생기고 매일 매일을 누구보다 감사하며 살게 하는 힘을 얻었습니다. 환우 여러분도 지금의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나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박나은(1997년생)
2010년 10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
2013년 4월 치료종결
현재 순천향대학교 간호학과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