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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야기
  • 큰 시련, 그럼에도 소중한 시간 - 유경인 완치자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2017.11.07
  • 소아암을이긴아이들_유경인안녕하세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유잉육종을 진단받고 지금은 공대생이 된 유경인입니다. 저는 비록 13살 밖에 안 된 초등학생이었지만,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을 반복하는 생활이 재미없는 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 밤마다 몸이 이상하게 아파왔기 때문에, 그 때는 하루하루가 짜증만 나던 그런 때였습니다. 그러던 중 통증이 심해졌고, 단순한 성장통은 아닌 것 같아 결국 병원을 찾아가 진단을 받았습니다.

    “유잉육종입니다.”

    무미건조한 삶에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기길 바랐지만 저에게 닥친 현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불쾌하다 못해 억울했고, 무엇보다 슬퍼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는 게 가장 우울했습니다. 진단을 받은 후에는 끝없는 치료만 이어졌습니다. 매일 아침 주사를 맞고, 채혈을 하고, 항암제를 맞고, 메슥거리는 속을 진통제로 달래가며 지나가는 하루하루. 병원이 싫고, 주사도 싫고, 항암제도 싫고 모든 것이 싫었습니다. 지루했던 일상으로 돌아가서 따분했던 학교에 다시 가고 싶었습니다. 힘든 치료를 받으면서 마음도 지쳐 말도 잘 안하고, 밥도 잘 안 먹고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툴툴거렸습니다. 이때 저를 이끌어 준 건 바로 ‘부모님’이었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슬펐을 부모님은 항상 넌 나을 수 있다고, 낫기 위해서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옆에서 힘을 주셨습니다. 그런 부모님의 끊임없는 정성 덕에 다시 힘을 내 치료에 임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손등에 맞는 주사도 너무나 아팠고, 종일 계속되는 울렁거림과 무기력함, 그리고 종양으로 인한 통증은 치료에 대한 의지를 자꾸 꺾으려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아픔에 의지가 묻히지 않도록 나만의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정신없이 웃거나, 장편 소설에 푹 빠져 한 번에 끝까지 읽어보거나, 하고 싶었던 게임을 종일하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1집부터 계속 돌려듣거나... 힘든 치료를 이겨내는 데 가장 좋았던 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빠져있는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때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심도 깊게 고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중 가장 좋았던 건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로 가자.”

    - 브로콜리 너마저 ‘유자차’ -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는 그 당시 저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노래입니다. “차를 다 마시고 봄날로 가자.”라는 말은 어서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가자는 위로로 들렸고, 통증과 메슥거림이 심해질 때마다 그것들을 잊게끔 도와줬습니다. 비록 치료는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 때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심취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집중적인 항암치료와 수술, 조혈모세포이식과 방사선 치료를 겪고 나니 어려운 치료들은 거의 끝나고 몸도 제법 괜찮아져 중학교 3학년부터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생활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어느새 나보다 키가 커진 친구들, 적어진 머리숱과 늘어난 체중, 그리고 무엇보다도 2년의 공백으로 친구들과 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습니다. 힘든 날들이었지만 병원에서 얻은 교훈처럼 그저 힘들어하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토록 원했던 학교로 돌아온 만큼 그동안 못 했던 공부를 열심히 했고, 수업에도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제 자신의 일에 집중할수록 떨어진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고, 친구들과의 벽도 자연스레 허물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벽을 놓은 건 친구들이 아니고 자신감 없었던 제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고 손을 뻗으면 그 손을 잡아 줄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진단받은 지 8년이 지난 지금, 저는 대한민국의 흔한 공대생 중 하나가 되어있습니다. 비록 병의 흔적들을 완전히 지울 순 없지만, 밝히지 않는다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아팠던 사실을 몰라볼 정도로 건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아암은 제 삶에 많은 의미를 남겼습니다. 소아암은 제 삶에 분명 큰 아픔이고, 시련이고, 슬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귀중한 경험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루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도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를 배우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부디 버티고 버텨서 저처럼 건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이 나을 거라 믿고 나아간다면 반드시 나을 수 있을 겁니다.

    유경인(1997년생)

      2009년 9월 유잉육종 진단

      2010년 9월 치료종결

      현재 한양대학교 에너지공학과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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