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무서운 병에 걸렸다고 진단을 받게 되면 누구나 다 이해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힘이 들 거예요. 저희 가족도 그랬고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병원에 입원하고 병원생활을 하면서 저희 엄마, 아빠, 언니 그리고 저까지도 병원에 먼저 입원한 앞 침실의 아주머니나 옆 침실의 아이 저보다도 나이가 어린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또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어요.
가끔 같은 병실에 사람이 아픈 것이 나아 완전히 퇴원을 하게 되면 모든 병실 사람들이 자기일 인 듯이 축하해주고 또 퇴원한 언니나 동생은 한번 씩 병실에 찾아와서 잘지 낸다고 너도 빨리 나으라는 인사를 해주고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렇게 이겨내고 있구나, 나도 저렇게 하면 나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힘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런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
솔직히 아팠을 때의 기억이 좋지 않았는지 많이 생각나지 않지만 레스토랑을 하던 아주머니의 딸이었던 것 하나는 기억나네요. 앞 침상의 언니가 퇴원을 하고 병실에 찾아와서 주고 간 강아지도 아니고 음.. 곰도 아닌 베게 인형을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귀여운 소영이가 준 예쁜 손수건도 가지고 있고요. 저에게는 아직도 너무나도 소중한 물건이에요. 병원에 있을 때에도 항상 잘 때 가지고 잤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아프고 나서 더 이상 아프지 않으니까 난 나았으니까 이렇게 내가 아팠을 때 나에게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희망을 줬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에 우연찮게 ‘자기성장프로젝트’에 신청하게 돼서 제주도에 다녀온 뒤로 정말 많은 것이 변하게 된 것 같아요. 그 곳에서 희망 천사단이라는 완치자들의 모임을 알게 되었고 가입을 하고 활동을 하면서 각 병원의 간담회를 다니게 되었고 직접적으로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했었던 그런 고민들을 생각들을 걱정들을 똑같이 하고 계시는 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우리의 경험에 대한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집중하며 들으시려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뭔가 아팠던 걸 이겨냈던 내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했고, 물론 혼자서 이겨낸 건 아니지만^^
그렇게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아이가 이래서 걱정이었는데 그런 것 때문인지는 몰랐어요.’ 하시면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고 미안해하시는 모습이나 ‘꼭 나을 거예요.’라는 우리의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리시면서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다 나은 모습 보니까 너무 좋다고 우리 아이도 나아서 머리도 기르고 학생처럼 학교도 다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완치자로서 지금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내가 아팠을 때의 우리 엄마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고 나보다 먼저 퇴원한 언니를 부러워하시던 그 모습을 지금 어머님 들을 통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아이도 나을 거예요. 언니처럼 나을 수 있지?’ 하시며 저로부터 아주 작은 희망을 조금씩 키워 나가시는 어머님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우리 아이들과도 얘기를 하면서 제가 처음 완치자 친구들과 만나 가장 행복했던 일중 하나였던, 남들이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굉장히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고, 자기랑 같은 병을 가진 언니가 나아서 예쁘게 머리도 기르고 학교도 다닌다는 사실에 하루라도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면서 어떻게 해야 빨리 나으냐고 물어보는 아이의 희망찬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어요. 그리고 한번 씩 간담회 외에도 에버랜드나 야구장 같은 곳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있는데 아직은 많이 약하지만 그래도 병원 밖으로 나와 힘차게 돌아다니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완치자로서, 스텝으로서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는 제 자신이 아이들이나 아이들의 부모님뿐만 아니라 저 스스로에게도 큰 희망이 되는 것 같아요. 미래의 선생님으로서 밝고 희망찬 아이들과 어떻게 보면 새로운 생명을 얻은 멋진 아이들을 가까이서 보면서 그런 아이들을 위해 제가 작지만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들에게는 이제 많이 작아져 버린 경험과 추억이 지금 그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된다는 것 그 자체가 정말 멋진 일이 아닐까요? 나의 경험과 말이 정말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한 사람을 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대단하고 엄청난 거죠. 완치자, 확실히 저도 완전한 완치자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6개월이 남았어요. 지금이 4년 6개월 째니까. 그렇지만 저는 제가 지금 완치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남은 6개월은 ‘멋진 완치자’ 라는 희망을 보면서 앞으로도 우리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하면서 살아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