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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야기
  • [이호연 인터뷰] 매 순간의 행복을 느끼세요, 고지가 눈 앞에 있습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2012.12.20



  • 매서운 바람과 뚝 떨어진 기온 덕분에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1년이 지났다라는 감회가 새로운 요즘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완치자 이야기 를 쓰게 된 21살 이호연이라고 합니다. 사실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제 경험을 말씀 드리는 것이 얼마나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세상에 나만 이렇진 않구나.’라는 조그만 위안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가을 운동회가 시작할 즈음에, 저는 편도선이 많이 부어 근처 대학 병원에서 수술을 위한 피검사를 했습니다. 1주일이 지난 후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 담당 선생님은 저를 내보내곤 어머니와만 무슨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어머니는 10분, 20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어머니는 다급한 얼굴로 나오더니 제 손을 잡고 황급히 택시를 탔습니다.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뒤 저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응급실에 누워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왠지 모르는 불안감에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이후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선생님과 심각한 대화를 나눈 뒤 어디로인가 전화를 걸고 나서 제게 왔습니다. 그리고 제 손만 잡고 울었습니다. 저는 그냥 영문도 모른 채 가만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근처 회사에서 근무 중이던 아버지가 왔습니다. 두 분이 무슨 심각한 얘기를 그리 하는지 저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고 이번엔 아버지가 누워있는 제게로 오더니 제 손을 꼭 잡고 우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던 저도 그냥 하염없이 따라 울었습니다. 


    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 생애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 바로 그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그날 바로 병실에 올라가 입원하고 항암치료를 시작했습니다. 2차 항암치료가 끝날 즈음 언니와 남동생의 조직적합항원 일치 여부 검사가 진행 되었고, 다행히도 저는 남동생의 것과 일치하여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병원에서 있었던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 같이 힘들었던 치료과정은 이제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웃으며 지냈던 병실 사람들, 그리고 점차 함께 웃으며 동화된 엄마와 저, 이들과 함께 쌓았던 추억들입니다. 항암치료 중간중간 집에 와서 짧은 휴식에 느꼈던 행복, 입원해 있을 때 친척, 친구들 방문에 반가워했던 마음, 이제 그 시절은 행복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모든 치료가 끝나고 저는 다시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면역력이 좋지 않아 마스크를 두 장씩 쓰고 갔습니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라는 인사로 형식적인 출석 확인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점점 수치도 좋아지면서 오전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6개월이 지나고는 모든 수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배려 덕분에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남녀공학이었지만 분반을 하였기 때문에 저는 여자 중학교와 비슷한 분위기에서 모든 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모자를 쓴 제 모습이 부끄러웠고, 복도에서 마주치는 철없는 남자아이들의 한 두 마디에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짧고 숱 적은 머리카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트레스도 받아 괜한 짜증도 부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만의 방법을 통해 자괴감, 자기 비하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고, 일부러 더 크게 웃기도 하고,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넘쳐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기한 것은 친구들이 그런 저의 모습을 좋아해 주었고, 저도 제 스스로를 좋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다가온 친구들에게 제 경험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고, 친구들은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오히려 더 좋아해 주었습니다. 


    중학교 3년은 제게 너무나도 소중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이제 저는 스스로조차 4~5년 전 아팠던 기억이 낯설어지고 정말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건강해서 탈(?)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제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진로를 정하고 목표로 한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한 번 큰 경험을 겪은 사람은 다른 일에 도전하는 데 있어 무섭거나 두려울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많은 도전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달렸던 시간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하였고 이제 내년이면 3학년이 됩니다. 현재 매 순간, 즐겁고 지루할 틈이 없는(?) 대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단 우체국 한사랑의집에서 투병 중인 소아암 친구들과 함께 종이공예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힘들었던 시간의 지나간 경험이 현재의 저를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것이 왜 나에게만?’이라는 생각으로 우울하고 견디기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그것을 발판으로 더욱 멋있어진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소아암 치료를 받고 있는 우리 친구들! 주변의 소소한 행복을 모두 느끼고 매 순간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낸다면 고지가 눈 앞에 보일거예요. 힘내세요!


    - 완치자 이야기에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분은 재단으로 연락주세요. (cancer@kclf.org, 02-766-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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