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13학번 신입생이 되는 장은지라고 합니다.
중학교에 입학한지 3일 만에 친구랑 장난치다 배를 맞았습니다.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하루가 지나도록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검사 후, 바로 응급수술을 했습니다.
저의 병원생활은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부모님께서 제 병이 췌장암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말을 듣고도 저는 무척 담담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어린 마음에 부모님 걱정이 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병원에서 치료에만 집중했습니다.
지금은 힘든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몸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아 잦은 외래진료와 여러 가지 약 복용이 일상이 되어, 늘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재밌는 일도 있었고, 슬프고 힘든 일도 있었어요. 병원생활은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됐기 때문에 많이 지루했습니다. 컴퓨터만 하자니 머리가 아파서 오래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원래 좋아하던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한사랑의집에서 자원봉사 언니, 선생님들과 공작교실을 하면서 만들기에 새롭게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후 공예 관련 책들도 많이 사보고, 만들기도 하면서 지루한 병원 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치료가 끝나고 2년 만에 복학했을 때, 적응하지 못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교에 가니, 담임선생님과 한 살 어린 친구들이 따뜻하게 대해 주고 도와주어서 힘들지 않게 적응했습니다. 학교공부와 함께 사이버 학교 수업을 들으며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힘들었던 일도 있었답니다. 그 중 하나가 머리카락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처음 복학할 때는 민머리여서 가발을 쓰고 다녔어요. 그런데 가발색이 갈색이라 선생님들과 선배들한테 염색했다고 오해를 사기도 했고, 머리가 조금 난 후, 가발을 쓰니 여름에는 땀도 나고 상당히 더워 애를 먹었어요. 1년 반 정도 흘렀을 때는 결국 가발을 벗고 조금 기른 머리를 묶고 다녔어요. 머리가 자랐을 때는 새로운 머리카락이 곱슬머리로 나와 선생님들께 파마했다는 오해도 받았었어요. 과목마다 선생님들께 머리카락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하는 마음고생도 있었지요.
이렇게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 입학을 앞둔 지금, 병원에서 있었던 시간들이 제게는 무지개 색으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아프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을 느끼고 경험하며 한층 더 성숙해졌고, 이제 이렇게 투병했다는 사실이 지금 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치료를 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지금 겪는 아픈 시간들을 다 이겨낸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자신이 꿈꾸는 모든 일을 자신감과 희망으로 이룰 것이라고 꼭 말하고 싶어요.
- 완치자 이야기에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분은 재단으로 연락주세요. (cancer@kclf.org, 02-766-7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