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가격표가 붙여지는 요즘 시대, 청춘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 시대의 청춘은 시장에 내 놓은 물건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취업’이라는 시장 속에서 ‘나’라는 물건을 멋지게 꾸며야 했고, 꾸미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했습니다. 멋진 이력을 채워줄 활동 중 하나가 바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위대한 블로거'였습니다.
초여름의 어느 날, 한강에서 서진이(소아암 어린이/가명)를 처음 만났습니다. 재단에서 하는 ‘소아암 어린이 완치기원 연날리기’ 행사에 참여해 소아암 어린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기 위해서였지요. 바람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많이 불지 않았고, 내리쬐는 햇빛에 저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서진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먼저 다가와 참새처럼 말을 걸어왔고, 유난히도 저를 따랐습니다. 그런 서진이를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겠더라고요. 연이 더 높이 날 수 있도록 뒤에서 잡아주며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소아암 어린이와 저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그날 서진이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밖에도 벽화그리기, 쉼터 대청소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화가도 만나고, 유치원 선생님도 만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러던 중 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는 빈곤가정 아이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후원을 했고, 겨울이면 매번 연탄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소극적인 성격으로 인간관계가 넓지 않았던 그 친구는 나눔 활동을 통해서 성격도 활발해지고, 친구도 많아지는 등, 놀랄만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내심 그 친구가 부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친구의 활동들이 겉치레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친구가 느낀 행복과 나눔을 계속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낯선 곳에 가면 모든 감각이 뾰족하게 서는 것처럼, 저는 지금 ‘나눔’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온갖 감각들을 세우고 그 매력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치료과정에서 느끼는 고통의 1/100만큼도 내가 대신해 줄 수는 없지만, 그 고통의 시간에 함께해 주는 것에도 이제 조금 자신이 생겼습니다. 따뜻하게 아이들을 위로하는 것에는 아직도 서툴지만,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아이들과 함께 있으려고 합니다. 위대한 블로거 활동은 이제 마치지만, 블로그라는 세상에서 소아암 어린이들을 꾸준히 이야기 할 것입니다. 왜냐면 저는 이제 아이들 없이 웃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http://blog.naver.com/laugh811
위대한 블로거란?
소아암에 대한 올바른 정보, 나눔에 대한 개인적 경험·생각 등을 자신의 블로그에 기재함으로써 온라인 나눔문화 확산에 힘쓰는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의 온라인 나눔 메신저입니다. 고영수 학생은 2012년 3월 위대한 블로거 2기로 선정되어 9개월간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여 ‘우수 블로거’로 선정되었습니다.
- 이 글은 소식지 '희망미소' 2012년 겨울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