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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선택 받은 자 - 남은채 완치자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2016.03.22
  • 함께하는세상_남은채

    안녕하세요. 2015 완치자 활동가 남은채입니다. 저보다 더 힘든 과정을 이겨낸 친구들도 많고 대단한 분들도 많은데 제 이야기를 하려니 부끄럽네요. 그래도 저 또한 치료 중 완치자분들을 보며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입학한지 3일 만에 학교생활이 아닌,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검도를 배워 대회에 출전하여 상도 타고 학교 운동회에선 항상 달리기 선수로 뽑혔던 제게 병원이란 먼 존재였고, 암이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팔에 혹이 생겼고 “검도하다 다쳤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혹은 점차 커져갔고 아파지기 시작했습니다. 심각성을 느낀 부모님은 저를 이끌고 여러 병원을 찾아 다녔고, 저는 MRI, 조직검사, 골수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단순한 혹이 아닌 림프종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TV속에서만 보던 환아들이 가득했고 몇 시간 전만해도 등교준비를 하던 건강한 내가 이곳에 입원하게 된 것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야.’라며 나 자신을 이곳과 구별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부모님은 제게 림프종임을 조심스레 알려주셨고 금방 치료받고 돌아갈 수 있다고 작은 희망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어린 제가 암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나에게 이러한 시련이 찾아오는지 원망하고 슬퍼하며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을 시간도 없이, 곧바로 항암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육체적 고통도 힘들었지만 제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전과 달라진 나를 인정해야만 하는 정신적 고통이었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어느 하나도 혼자 할 수 없어 하찮게 느껴지는 나를 받아들이는 건 정말 슬픈 일이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항암치료와 끝이 보이지 않던 병원생활을 이겨낼 수 있도록 지탱해준 존재는 바로 ‘가족’과 ‘꿈’이었습니다. 부모님은 24시간 제 곁을 지켜주시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고 동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해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아픈 언니에게 부모님의 관심을 뺏겼지만 밝게 자라주며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공부는 가족 외에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로 병원생활을 하며 오히려 공부에 대한 열정이 커졌습니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EBS인터넷강의와 무지개학교 수업을 들으며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고, 몇 달 만에 하는 공부이기에 알아가는 자체가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특히, 투병 중 우연히 읽게 된 한비야의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통해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저자를 보며 지금은 갇혀있지만 앞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 꿈은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희망을 품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풀리지 않는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간호사언니들과 이야기도 하고 게임도 하며 즐겁게 보내기도 했지만 저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하고 체력이 약해 게임도 할 수 없어 항상 누워만 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달라진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은 저만의 방법은 펜팔이었습니다. 태국, 싱가폴, 미국, 스위스 등 10여 개국의 친구들과 펜팔을 하며 청소년시기에 친구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즐거움과 외로움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구글 번역기를 돌릴 정도로 영어실력이 좋지 않았지만 계속하다보니 스스로 영작을 해서 보낼 정도로 영어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인 친구가 있다면 펜팔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후, 치료가 끝나고 ‘과연 내가 남들처럼 생활할 수 있을까? 친구들은 어떻게 받아드릴까?’ 등의 두려움을 안고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다행히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고 저의 상황을 잘 이해해주시는 담임선생님을 만나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팠던 아이’라는 인식에 갇히고 싶지 않아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들을 했습니다. 그 결과 전교 1등을 하기도 하고 2013 서울특별시 시민상 대상, 대한민국 인재상, 2014 제야의 종 행사 시민 대표 등 제게 정말 과분한 상들을 받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암은 내 인생을 망친 걸림돌이 아닌 내 인생을 누구보다 특별하게 만들어준, 나에게 제 2의 인생을 살게 해준,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향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사실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치료받던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치료받고 난 이후 체력이 약해져서 고3때 다른 친구들만큼 튼튼하지 못한 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변치 않는 믿음은 오히려 림프종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친구들은 겪지 않은 림프종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산을 넘으며 얻은 힘은 제 자신을 더욱 성장하게 하는 뒷받침이 되었고,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 지난 일이기에 쉽게 이야기할 수 있고 상황이 다르다고 탓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완치자 활동가를 통해 저 말고도 많은 완치자 분들이 비슷한 일을 겪어왔고 각자의 상황과 여건 속에서 열심히 이겨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치료를 받으며 힘든 길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 또한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우리는 남들은 겪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 선택받은 자라는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가 되고 큰 사람은 고난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우리는 큰 사람이 되기 위한 준비단계에 있는 것입니다. 힘내세요!!

     

    남은채(1995년생)

      2008년 3월 악성림프종 진단

      2010년 8월 치료종결

      2016년 현재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2학년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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