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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야기
  • 빛나고 소중한 나 - 유지현 완치자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2016.06.20
  • 소식지-소아암을이긴아이들-089-유지현안녕하세요. 저는 2016 완치자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지현입니다. 저의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소아암을 치료받는 환우 가족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16살에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진단받았습니다. 음식을 좋아했던 저는 단순히 배탈로 몸이 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이 나고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2개월 동안 많은 병원을 다녔지만 장염, 감기라는 진단만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버스를 탔는데 어지럽고 앞이 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심각성을 느끼고 큰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머리를 미는 일도, 점차 변해가는 내 모습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빨리 이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치료만 끝나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치료를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저의 치료과정은 남달랐습니다. 소아백혈병으로는 많은 나이였고 무엇보다 골수검사 결과가 너무 나빠서 2차 항암이 끝나고 방사선 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을 하였습니다. 방사선 치료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 당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진통제만 맞고 잠만 잤습니다. 그래도 조혈모세포이식만 잘 받으면 곧 나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모님의 말씀. 그리고 학교도 갈 수 있고,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견뎠습니다. 이식은 성공적이었지만 이식 후 거부반응으로 폐 숙주 반응이 발생하였습니다. 폐 숙주 반응은 어떠한 치료에도 나아지지 않고 하루가 달리 나빠져 산소 호흡기를 사용해도 숨쉬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더욱 힘들었습니다. 혼자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제 자신이 너무 비참하고, 하찮은 존재로 느껴지고, 하루하루 죽음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식 후 학교도 가고, 친구들과 쇼핑도 다니는 희망을 품고 있던 저에게 폐 숙주 반응은 살고 싶은 마음마저 사라지게 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던 어느 날 TV에서 제 나이 또래의 가수들을 보았습니다. 매주 보던 프로그램의 가수들인데도 그날따라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나이에 꿈을 이루고 사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면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제 자신이 비참해 보였습니다. 날개도 펼쳐보지 못한 나의 인생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이 후 마지막 치료법인 폐 이식 대기 등록을 한 후 성공적으로 폐 이식을 받았습니다.

    그 후, 꾸준한 운동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졌고 검정고시를 통하여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대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하지만 대학생활은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거리감이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체력은 친구들보다 확연히 뒤쳐졌고, 약 부작용으로 얼굴이 많이 부었습니다. 친구에게 “언니는 말랐는데 얼굴엔 살이 많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나의 상태를 모르니 충분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친구들에게 저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이 나를 피하면 어쩌지? 싫어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들을 믿었습니다. 다행히 친구들은 저를 이해해주었고 저는 친구들에게 더욱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치료 받을 당시에는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었지만, 돌이켜보면 백혈병은 저의 인생에 있어서 큰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 항상 부정적이고 작은 일에 좌절하고 절망하던 저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 그리고 고난에 쓰러지지 않고 이겨내고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치료받을 때의 아픔과 고통이 기억 속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저의 글이 지금 투병중인 친구들에게는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긴 투병생활이 지치고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난과 시련 뒤에는 축복이 있다.”라는 말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고난과 시련이 찾아옵니다. 다만 우리는 남들보다 빨리 찾아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면 그 전보다 훨씬 빛나고 소중한 나를 맞게 될 것입니다.

    유지현(1995년생)

      1995년생

      2010년 1월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진단

      2010년 4월 조혈모세포이식, 12월 폐 이식

      2014년 1월 치료 종결

      현재 경민대학교 사무비서행정학과 2학년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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