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동안의 소중했던 경험들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며 함께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은 마음에 부족한 글 솜씨이지만 용기를 내어 소식지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작년 9월, 저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학교인 늘푸른교실에서 친구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친구들은 대부분 소아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거나 재단이 제공하는 쉼터 또는 집에서 통원하며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공작수업시간이 되면 친구들은 하나 둘 교실에 모여 다 함께 공작품을 만듭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가위질이 서툰 어린 친구들이 많아 제가 가위질을 도와주곤 하지만 친구들은 어느새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었습니다. 팔찌와 목걸이를 만드는 날에는 부모님께 선물할거라며 평소보다 더 정성껏 만드는 친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공작수업이 끝난 후 다음 수업이 시작하기 전 시간이 남으면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매달 세 번째 주에는 외부봉사단체 봉사자들과 함께 그 달에 생일이었던 친구들을 축하하는 생월잔치를 하였습니다. 매주 친구들을 만나는 공작수업시간은 저에게는 늘 새로운 감정과 깨달음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재단 사무보조 봉사활동은 재단 우편물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주로 재단에서 소아암 친구들에게 지원하는 히크만 주머니와 관련된 작업이었습니다. 재단에서는 히크만 주머니를 신청한 후원자분들께 주머니를 만들 수 있는 키트를 배송하고, 회송된 주머니를 필요한 소아암
친구들에게 전달합니다. 저는 이 과정 중 히크만 주머니 키트를 포장하는 작업과 회송된 히크만 주머니를 봉투에서 꺼내 정리하는 작업을 도왔습니다. 처음 포장작업을 할 땐 ‘과연 이 많은 키트 중 얼마나 회송될까?’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제 우려와는 달리 수많은 히크만 주머니를 회송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후원자분들의 따뜻한 마음과 관심을 전달 받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일에 써달라며 히크만 주머니와 후원금을 같이 보내주신 분부터 키트가 부족하여 직접 천을 사서 만들었다며 스무 개가 넘는 주머니를 만들어서 보내주신 분,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알록달록 예쁘게 꾸민 카드와 긴 장문의 편지를 함께 보내주신 분, 바느질 동호회에 올라온 글을 보고 신청했다며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분들까지 히크만주머니를 만들어 보내주신 후원자분들의 연령대와 솜씨는 모두 각양각색이었지만 소아암 친구들을 응원하며 후원해주신 그 분들의 마음과 관심은 한결같이 따뜻하였습니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서의 봉사활동은 저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은 병원학교 친구들과 후원자분들로부터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으면서 저에게는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따뜻함을 얻어 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병원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저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도 즐거운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