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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야기
  • 세 아이의 엄마 - 가인이네 가족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2018.10.10
  • 최가인세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간호학과 학생, 세 역할을 하며 바쁘게 살던 어느 날, 큰딸 가인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아프기 전까지는 내가 이렇게 모성애가 강한 엄마인 줄 몰랐습니다. 학과 공부를 한다고 시험기간이 되면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아이들이 자는 새벽 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이 자는 늦은 밤이 되어 집에 왔던 저였답니다. 암으로 의심 되어 힘든 골수 검사를 하는 날에도 저는 유급을 피하기 위해 응급실에서 밤을 새고 다시 시험을 보기 위해 아픈 아이를 두고 학교로 와서 시험을 봤습니다. 그 정도로 전 아이가 많이 아플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인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진단일 이틀 뒤 어학연수 일정으로 끊어 놨던 비행기 표를 급하게 취소하고 다니던 학교에 휴학을 신청하고 가인이의 간호에 전념했습니다. 그래도 예후가 좋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위안을 삼고 있었지만 가인이의 몸은 기대와 다르게 항암제에 대한 부작용으로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여 다른 약으로 바꿔야만 했고, 면역수치가 낮아 3일 정도 항생제를 쓰면 이길 수 있는 균을 이기지 못해 몸 구석구석 염증반응과 괴사가 일어나는 등 도미노처럼 하나씩 하나씩 무너져 내려 수술을 6번이나 해야 했고, 항암치료 할 때도 하지 않았던 중심정맥관을 항생제 투여를 위해 2번이나 삽입하여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 방법이 없다고 할 때면 가슴이 하루에도, 아니 순간순간 수십 번씩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말 이대로 떠나보내야 하는 건지, 정말 방법이 없는지, 왜 이런 일이 우리 가정에 생기는 것인지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바짝 엎드렸던 것 같습니다. 뭐든 하늘이 뜻하는 대로 할 테니 제발 가인이를 데려가지 말아 달라고, 종교가 있지도 않은 저는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가인이도 우울증까지 와서 의료진과 대화도 거부하고 치료도 거부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결과였을까요. 다행히 가인이는 끝이 보이지 않던 기나긴 터널을 빠져나와 제 곁에 머물러 주었습니다. 아직 항암제와 수술 후유증으로 주 3회 재활치료를 다니고 방학 때는 3주간 입원하여 재활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야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내 옆에서 숨을 쉬고, 함께 추억을 만들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음에 정말로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감히 바라서도 안 되겠지만, 제가 소망하는 점이 있다면 힘든 치료를 마친 가인이가 공부보다 건강하게 사회에 잘 적응해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자신이 가진 작은 것에 감사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것입니다. 세상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고 서로 함께 하는 사회에서 자기만족을 느끼고 행복해할 줄 아는 가인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백혈병 치료로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가인이와 가족에게 따뜻한 말로 힘과 용기 주신 간호사분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주신 교수님들, 고액치료로 인해 가정경제가 힘들지는 않는지 국가에서 보조는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 주신 병원사회복지사님,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학교를 가려고 하지 않았던 가인이를 학교로 갈 수 있도록 많은 상담으로 도움을 주시고, 아이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항상 앞서 도움 주시고 싶어 매주 화요일 병동까지 찾아와 안내해 주시고 생월잔치를 열어 주셨던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 선생님들, 2년 넘게 학교 수업을 받지 못해 많은 진도차이로 원적반에 바로 들어 갈 수 없어 일대일로 교과목을 다시 지도해 주시며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시고 계시는 효천초등학교 학습도움실 선생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도움 주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가인이도 저도 힘든 시기를 잘 버티고 지나온 것 같습니다. 가인이도 2년 넘는 기간 동안 학교에 출석을 하지 못해 교과목도 뒤처지고 몸도 성치 않지만 우리 아이가 받은 도움과 사랑만큼, 아니 그보다 많은 것을 베풀 줄 알며 자신보다 약자를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가인이로 자라도록 잘 키우겠습니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진단받은 가인이는 2018년 5월 치료를 종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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