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곁으로 온 아이가 선물이자 축복이라 생각했습니다. 익숙한 삶에 정신없을 때 즈음 하늘이 무너져 내린 날이 기억납니다. 현실과 마주했을 땐 벼랑 끝에 있는 듯 했습니다. 그날, 우리 아이의 눈을 깊숙이 바라보았습니다. 아이의 눈에서 내 삶의 이유가 보였고, 그때부터 저는 삶의 나침반을 바꾸었습니다.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대신 아플 수 있다면, 낫기만 한다면... 수백 번 기도하며 눈물 흘렸습니다. 그동안 오늘보다 내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살아왔던 저를 질책하며 다짐했습니다. 완치될 때까지 눈물보다 웃음과 희망을 보여주기로 말입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고,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하던 아이는 엄마를 의지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저를 향해 웃어주었습니다. 주사를 맞을 때도 약을 먹고 부작용이 생겨 힘들어 하면서도 제게 늘 웃어주었습니다. 첫째라 늘 동생에게 엄마의 품을 양보하던 아이가 병이라는 아픔을 받은 대신 엄마와 둘만의 시간을 선물 받았다 생각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다 큰 아이는 내 품에 파고드는 법을 이제야 배운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병원을 오가다 보니 사계절이 지났습니다.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아이가 말하는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고 들어주며 반응해주고, 그저 웃어주며 행복하다 늘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뱃속에 있었던 추억, 태어나 품에 처음 안기던 순간, 아이의 귀함을 들려주고 추억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그렇게 집중치료가 끝나고 유지치료로 넘어갔습니다.

이제 아이는 잘 볼 수 있고, 잘 뛸 수도 있으며, 학교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전 지금 행복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곁에 있는 아이를 보는 순간순간에 감사합니다. 내일보다 오늘이 저에게는 소중합니다. 아이로 인해 저는 소중함과 감사함이란 단어의 진정한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해야 할 이유도 찾았습니다.
“도연아, 사랑해. 너로 인해 엄마는 많이 행복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