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하, 재단) : 어떻게 재단에 자원봉사를 신청하게 되었나요?
권민아(이하, 민아) :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항상 병원에 와서 저와 놀아 주던 언니 오빠들이 있었어요. 그 언니 오빠들은 자주 병원에 와서 병원친구들과 같이 종이접기도 하고, 그림그리기도 하면서 저에게 정말 즐거운 시간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어요. 지루하고 괴로운 병원생활 속에서 유일하게 기다려지는 재미있는 시간이었죠. 그래서 ‘나도 나중에 크면 꼭 저 언니 오빠들처럼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도 그때 그리던 모습이 지금 어렴풋이 나타나게 되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멋진 인생의 모델을 만난거죠.
재단 :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어떻게 받게 되었나요? 그리고 처음 진단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민아 : “까치야, 까치야 / 까치야, 까치야
너는 헌 이 가져가고 / 나는 새 이 빨리 다오”
처음 진단을 받은 것이 초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젖니를 뽑은 자리가 지혈이 되지 않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고, 백혈병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통원치료를 받게 되었죠.
그때는 어려서 백혈병이라는 병이 어떤 병인지 아무런 지식이 없었어요. 그저 병원이라는 답답한 곳에 갇혀 아픈 주사와 괴로운 항암치료가 너무 싫었을 뿐이죠. 그리고 아버지와 남동생과 떨어져 지낸다는 것이 정말 싫었어요.
재단 : 치료받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것이에요?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이겨낼 수 있었나요?
민아 : 약물치료와 구토, 알약, 수천 번의 주사와 검사, 끊임없는 잔병치레, 외모 변화, 주위 시선, 또래친구와의 관계 등등. 치료의 전 과정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힘들었어요. 그 중에서도 저는 특히 주위 시선이 가장 힘들었어요. 아픈 주사, 먹기 힘든 약, 그건 마음의 상처에 비하면 아주 순간적인 고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측은하게 여기거나 이상하게 보는 주위 시선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제가 다니는 모든 곳에 존재했기 때문에 항상 저를 괴롭히고, 위축되게 했어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옆에서 상처 받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주시고,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주신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에 잘 이겨낼 수 있었어요.
재단 : 완치잔치와 ‘1318 한사랑 1박 2일’에 완치자원봉사자로 참여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민아 : 완치잔치에서 치료를 무사히 마친 꼬마 친구들을 보니 모두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그리고 제가 그 곳에서 그 친구들을 위해 조그만 일이라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가슴벅찼어요. 제가 치료받던 병원에서 이루어진 행사라서 마치 같은 고등학교 후배가 생긴 것 같은 묘한 느낌도 들었구요.^^
1318한사랑 캠프에서는 1박 2일 동안 중고등 학생 친구들과 함께 재밌는 시간을 보냈고, 즐거운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저의 미숙함으로 인해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잘 따라준 친구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이 두 행사를 통해 저는 아팠던 권민아가 아닌, ‘완치 자원봉사자’라는 멋진 닉네임을 얻을 수 있었어요. 어쩌면 이 닉네임이 제가 만났던 친구들에게 작은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해보기도 한답니다.
재단 : 현재 전공(사회복지)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민아씨의 꿈도 궁금하네요.
민아 :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앞서 질문하신 자원봉사 신청 계기와 비슷한 맥락이에요. 제가 치료 받는 과정 중에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서 그 큰 은혜를 다 갚을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갚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하게 되었지요. 제 꿈이요? 제 꿈은 예전의 저처럼 힘들고 외로운 싸움을 하는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재미와 기쁨을 주고,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랍니다.
재단 : 마지막으로 지금 치료중인 소아암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민아 : 친구야! 지금 겪고 있는 이 힘든 치료과정이 앞으로 네가 겪을 힘들 일 속에서 너를 지탱해주는 고마운 받침대 역할을 해 줄 것이라 생각해. 남들이 해보지 못한 이색 경험을 특별하게 해 볼 수 있었던 사람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도록 기도하는 것과 같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를 항상 응원해주는 부모님과 의사선생님, 재단의 여러 수고하시는 분들을 생각하며 긴 싸움에서 승리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빨리 너의 무용담을 듣고 싶어 ^^
인터뷰하는 동안 민아 씨의 진솔함과 따듯함이 가슴으로 전해졌습니다.
순수한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도약하는 ‘완치 자원봉사자’ 민아 씨와 힘든 치료를 받고 있는 모든 친구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