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이하 재단) : 효림양, 다른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효림양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데, 준비 됐죠?
유효림(이하, 효림) : 네!
재단 : 감사합니다. ^^ 치료과정이 매우 힘들었다고 들었어요. 간단히 말해주시겠어요?
효림 : 진단받았을 때 너무 늦게 발견돼서 가망이 없다고 했어요. 저도 엄마랑 그 소리를 같이 들었는데, 너무 아프니까 뭐 별로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 저 병원에서 아주 유명했어요. ‘열박사’로. 열이 떨어지지 않고 고열로 몇 달 동안 지냈다니까요. 열이 나면 우선 추워요. 담요를 다섯 개나 덮고, 남의 담요까지 뺏어서 덮었어요. 감염 때문에 장을 뺏다가 집어넣기도 하고, 비장도 떼어내고…. 정말 별별 일 다 있었어요. 병원에서 힘들게 치료받기로 완전 유명했어요.
재단 : 치료받는 중의 효림양의 모습을 알아요.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거의 모든 병원학교 수업에 참석했었지요?
효림 : 맞아요. ^^ 저 엄청 그런 수업들 좋아했어요. 특히 공작수업! 만들기 선생님이 가끔 따로 재료도 빼주셨다니까요. 컴퓨터 수업도 좋았는데 제 이메일도 그 때 만든 거예요. 너무 아플 때는 못하지만 조금만 괜찮으면 재미있는 일들을 찾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서는 병원학교 수업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그리고 나서는 엘리베이터 도우미 언니들이 퇴근할 때를 기다려요. 언니들이랑 굉장히 친했는데, 언니들이 가끔 지하 매점도 데려가 주고, 탈의실도 구경시켜 주고 그랬어요. 저는 나름 병원에서도 스케줄이 있었어요. 밥먹기->치료하기->수업듣기->언니들 기다리기->취미생활 하기^^. 나름 버라이어티한 생활을 했지요.
재단 : 정말, 대단한데요. ^^ 그 와중에 스케줄 관리에 열정적인 취미생활까지. 멋있어요! 지금 치료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아픔을 견디는 비법 한 가지만 알려준다면요?
효림 : 우선 재미거리를 찾으세요. 저는 글라스데코를 엄청 좋아했어요. 제가 있는 병실 창에는 글라스데코가 잔뜩 붙어있었는데, 교수님이 회진할 때 칭찬해주면 그게 좋아서 또 만들고, 또 만들고 그랬어요. 신이 나서 열심히 만들었죠^^. 엄마도 글라스데코 사나르느라 꽤나 힘드셨어요. 새벽같이 동대문에 가서 재빨리 사오고는 하셨다니까요. 자기만의 재미거리를 찾는 게 중요해요.
재단 : 그럼, 비법 한 가지만 더요. 항암치료하면서 우리 친구들이 정말 밥을 잘 못 먹는데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효림 : 정말 병원밥 맛이 없어요. 모든 게 푸~욱 익혀서 나오는데, 아우~, 정말 먹기 힘들죠.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고, 아빠는 억지로 억지로 먹이셨어요. 토해도 먹어야 조금이라도 들어간다고 하시면서요.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억지로 먹는 수밖에 없어요.
재단 : 그렇군요. 비법은 따로 없네요. 억지로라도 먹는 것이네요.^^ 이제 우리 효림씨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동생 분의 이야기를 안들을 수가 없지요. 지금 나온 동생 분이 골수를 준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그 때 기억나요?
재성 : 잘 기억은 안나요. 피를 자주 뽑았던 것 기억나고, 그 때마다 아빠가 레고며 자동차며 그런 장난감을 사주셨어요. 완전 기분이 좋았죠.
재단 : 네~, 어린이에게 선물은 정말 위력적이군요^^. 지금 누나가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것 보면 어때요?
재성 : 좋지요. 신기하기도 하구요.
효림 : 이식해 준 동생한테 고맙고 미안해요.
재단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효림 : 완전 괴로운 일이 있었어요. 이식할 때 다른 친구들은 무균실에 책을 가져갈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이식하기 전에 만화책을 사놓고 만반의 준비를 했거든요. 만화책을 엄청 좋아해서요. 그런데 교수님이 ‘효림이는 감염도 잘 되고 어렵게 여기까지 왔으니까,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환자다. 효림이는 가져가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한권도 못 갖고 들어간 것 있죠. ^^ 뭐 그래도 이식이 잘 돼서 할 말은 없지만, 당시에는 정말 짜~증 제대로 났었어요.
재단 :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았던 일을 많이 겪었는데, 그 경험들이 어떤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시나요?
효림 : 제가 생각하기에도 저 정말 장해요.^^ 치료가 끝났을 때, 집에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은 많이 무뎌져서 안그렇지만요. 치료과정을 생각하면 나태해질 수 없어요. 지금 살아있는 것에도 감사하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옛날에 더 힘들었는데…’라고 생각하면 앞으로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재단 : 학교에 복귀할 때 이야기 좀 해주시겠어요?
효림 : 맨 처음 가서는 거의 적응을 못했어요. 그래서 아빠가 매일 데려다주셨어요. 왕따같은 것도 당했어요. 근데 좀 더 내가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까 아이들도 좋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어디를 가든지 모든 사람이 제 친구예요!
재단 : 전공으로 사회복지를 택했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효림 : 중학교 1학년 때, 다른 아픈 친구들 도와야 된다고 해서, 재단의 국토도보순례에 참가했었어요. 그 때 그 일이 제게는 무척 의미있는 일이었어요. 사회복지를 하겠다는 생각은 그 때 했어요.
재단 : 지금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자원봉사예요?
효림 : 복지관에서 장애아동, 저소득층 아동 학습지도를 해주고 있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든 것보다는 재미있는 일이 더 많이 있어요^^.
재단 : 치료받고 있는 친구들에게 그리고 형제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효림 : 무엇이든 기쁜 마음으로 해내고, 힘들어도 웃고, 엄마 아빠한테 잘해야 되요. 많이 웃고, 흥미 있는 것을 찾아서 버티세요. 저처럼! (활짝 웃으며) 나처럼 사세요~
재성 : 지금 치료받고 있는 친구들의 형제들도 밥도 잘 먹고, 그냥 운동 같은 거 잘 했으면 좋겠어요.
생기와 활력, 아름다움이 뿜어져^^ 나오는 효림양의 모습에서 정말 그런 힘들고 긴 터널 같은 시간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픔을 극복하고 맞는 삶을 대하는 깊이가 어느 누구보다 깊음을 느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효림양과 재성군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