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장장 40분 동안 장문의 글을 써 놓았는데,
키보드 자판 하나를 잘못 누른 죄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ㅜㅜ 다시 간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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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열이 나서 응급실에 다녀왔습니다. 이거이거 주의하라는 징조가 아닌가~해요.
치료는 끝나긴 했지만 몸조심하라고 열이 올랐나 봅니다. 요즘 빨빨거리고 하도 돌아다녔더니!
장학금 전달식은 잘 다녀왔습니다. 친구나 가족을 데려오라고 하셔서 대학 친구를 데려갔더니
투병 중에 함께한 소중한 사람을 모시는 자리에 가까웠네요. ^^;
저와 함께 왔던 친구는 제 병원 생활과는 일절 관련 없는 소중한 대학교 친구입니다.
사람들이 은근히 많이 오셨더라고요. 센터가 넓지 않아서 더욱 꽉꽉 차 보였습니다. ^*^
얼마 전에 만났던 현주를 다시 만났습니다~ 소아암 완치자 분들은 서로서로 다 아는 눈치였어요.
저는 며칠 전 봉사할 때 처음 본 현주가 있어서 우물쭈물 자리에 앉았습니다.
간단하게 수기를 발표하고, 질문에 답할 때 인상깊었던 분이 두 분 있는데요.
현주가 ppt를 잘 만들었더라고요. 눈물샘을 쏙! 빼놓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얘가...
덕분에 새록새록 병원에서의 기억이 났습니다. 처음 와서 진단받던 것 하며, 항암, 방사선, 토하고 울고, 놀러 다니고, 종이접기도 하고, 외출해서 외식하고, 척수검사도 하고, 부모님께 죄송했던 마음, 고생하시던 모습 등등 주마등처럼 쫙~ 스쳤더랬습니다.
어떤 부모님께서는 먹먹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보이셨는데, 완치자들은 다들 담담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아~ 그랬었지~ 하고 떠오르는 것 말고는 그렇게 진하게 울컥할 일이 없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오히려 지켜보시는 부모님은 더욱 맘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조정한 오빠의 답변이 팍 와닿았는데, 무슨 질문에 뭐라고 답변하셨던 건지 까먹었네요.^^;
역시 나이가 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게 관록인 건가! 표현력이 아주ㅜㅜb
그리고 인형도 양보해주시고 으하하하 감사했습니다.
장영후 오빠도 자꾸 말 걸어주시고, 옛다관심을 주셔서 모르는 사람이 태반인 곳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었습니다.
또, 호연인가? 이름이 무척 멋진 1학년 친구였는데 왠지 낯이 익어서 분명히 어디서 본 적이 있을 거에요. 길을 지나다가 스쳤던지 어쨌던지...
아무튼 전달식이 무사히 끝난 것을 축하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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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 시 힘든 점이 없었는지? 에 대한 답을 해야할 것 같네용.
힘든 점은 있었습니다. ^^ 끝.
음... 힘든 점이 있어도 대학 안 갈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왠만큼 항암 하고 나서는 그렇게 자주, 많이 힘들지도 않아요. 오히려 여유 시간이 굉장히 나와서 남들 공부할 동안 논다고 신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 걸 보면... 분명히! 공부할 시간은 빵빵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재수학원을 다녔는데요, 외래로 일이주에 한 번 정도 항암치료를 했고, 가끔 입원도 했지만 일주일 정도로 짧은 입원이었기 때문에 학원 다니는 데 지장은 없었어요.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독학이든 학원이든, 혹은 1년 낮춰서 학교를 다시 다니든 자기가 선택할 일이지만요.
아무튼 제 경우에는 1년 동안 수능 준비를 하면서 검정고시 자격증도 함께 땄는데요.
학원차를 여섯시에 타고 갑니다. 쭉 공부를 마치고 열시, 혹은 열한시에 끝나서 돌아와요. 집에 오는 데에도 한 시간은 훌쩍 넘기 때문에 지칩니다. 지치고 힘들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 겁니다!
그 항암도 다 치르고 넘어갔는데요 뭐. 나중에는 집에 돌아와서 요령껏 놀고 자도 다 생활이 되더라고요.
학원에서 매 시간 일분 일초를 집중하고 있었는가하면 그런 건 아니지만... 보통 고등학생 정도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아프다는 건 특혜가 아니에요. 불이익을 받을 것도 없고요.
아, 나는 아프니까. 나는 몸이 약하니까. 이런 핑계를 대다 보면 한도끝도 없어요. 그래서 놀겠다고?
간혹 몸이 힘들어서 학원에서 조퇴할 때가 있었어요. 그러면 선생님이 물어보세요.
너 정말 아픈거야? 공부도 못 할 정도로 힘들어?
그러면 진짜 몸이 좋지 않을 때를 빼면 보통, 조금 지치니까 편하게 쉬려고~ 집에서 놀려고 그런 마음이 들거든요. 은연중에. 난 몸이 아프니까 좀 쉬어도 돼. 그러다가 영원히 쉴 수가 있어요~~
의지가 있으면 정말로 헤쳐나가지 못할 것은 없고, 공부도 다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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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이외에>
최선을 다했지만, 약간 아쉬운 점은 고등학교 과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공부했다는 거에요. 1년 더 했으면 지난 1년간 배운 게 있으니까 좀 더 기억도 잘 하고 빠릿빠릿하게 배웠을 것 같은데.
빈둥거리며 나태해서는 안 되지만 조급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1,2년 더 공부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요즘은 재수는 기본이요, 삼수는 선택~ 아.. 아닌가^^;
그리고 아쉬운 점이 더 있다면 정보가 부족했다는 거? 고등학교 2년을 다닐 동안을 진학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띵까띵까 놀면서 보냈으니까요. 항암으로 힘들었던 것 외에는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이거저거 하면서 놀기만 했네요. 학교에라도 다녔으면 어디 주워듣는 것도 있었을 텐데!
공부보다 일단 진로를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우리는 치열하게 공부하는 다른 고딩들보다 생각할 시간이 참 많잖아요. 사색도 해 보고, 꿈이나 미래에 대해 생각도 해 보고...
지금 당장 뭐가 되라고 정하라는 게 아니라 방향성 정도는 생각해두라는 거에요.
아 나는 이쪽은 진짜 아니다, 아 이쪽은 괜찮은 듯?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 등등.
그리고 만약에 대학이나 과를 정했다면, 어떤 전형이 있는지 스스로 찾아보세요. 대학교 홈페이지에 많이 나와 있으니까. 고등학교를 안 다니면 학생부가 없어서 수시의 문이 좁아지는데, 찾아보면 내신 없이 들어갈 수 있거나 혹은 이런 아팠던 경험을 메리트 삼아!!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 있을 거에요.
아니면 정시 준비를 빠짝 하시든가!
아무튼 빈둥거리지 마시고, 그래도 상위 몇(십?)프로 안에 들 경험을 한 사람인데(추측)
매 순간 순간 열심히 사세요. 나 자신님...
유니크한 우리들 열심히 살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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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사에 나오는 발언에는 각색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OTL
저런 말을 한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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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머리카락 길러서 머리카락기부할거에용 앗싸리 길어라 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