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1월 미술 시간이었다. 아버지께서 갑자기 교실로 들어오시더니 나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그 뒤 바로 서울로 올라가 서울대학교 병원 응급실에 입원을 했다. 그 주에 바로 수술을 했고 얼마 뒤에 방사선 치료에 들어갔다.
나는 여기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병원생활을 하는데 내 친구들은 시험을 치르고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새로운 친구들과 사귀었다. 나는 점점 더 뒤쳐져 가기만 했고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생각이 나를 더 괴롭게 했다.
항암치료를 하고 있을 무렵 한국백혈병재단에서 주최하는 미술치료란 것이 내 눈에 띄었다. 내 마음은 많이 상처를 받았고 나 자신이 느끼기에도 어떠한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그래서 신청을 했고 안정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음을 열고 나의 이야기를 했고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는 것을 잘 귀담아듣고 따라했다. 어느 날 미술 치료 수업 중에 내 자신이 “일환이”를 너무나 혼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전까지 내 몸은 내 것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이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그날 수업을 끝내고 내리막길을 걸어가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말했다. “일환아 미안해, 내가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어, 너무나 미안해”
그 미술 치료 수업을 통해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뒤 이전까지 부정적이었던 마음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내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안정희 선생님은 내게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너야 라는 말씀을 자주하셨다. 그전까지는 흘려들었지만 나를 발견 한 그 순간부터 나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었다. 남은 항암치료도 모두 잘 이겨냈고 2008년 6월 치료 일정이 끝났다.
내가 사회복지계통으로 일을 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마음적인 것이 크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한 마음적인 것을 채워 줄 수 있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종교와 복지와의 공통성을 배우고 싶다. 나의 부정적인 마음을 바꿔주신 하나님의 크신 사랑을 더욱더 배우고 실천하고 싶다. 그럼으로써 실제적으로 복지라는 학문과 연결시키고 싶다. 그러한 생각으로 나는 영남신학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나는 나의 병을 시련이라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부정적이었던 내 삶을 변화 시켜준 계기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이었다. 또 나의 비전을 찾게 해 주었다. 나도 병원생활을 하고 학교생활을 할 당시까지 너무나도 힘들었다. 재발이라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고 항암치료 때문에 빠진 머리카락으로 외모적으로도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에 실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모든 것들을 이겨냈다. 진정으로 그러하다. 지금 병원 생활 중인 환아 모두는 지금 그 시기를 겪고 있는 것뿐이다.
나는 그 아이들에게 지금 이 시기에 부정적인 마음들을 긍정적으로 바꾸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기의 비전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으로 우리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완치자는 희망이다! 너희들이 그 사람이 되어 이렇게 말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