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당시 나는 수능을 준비하는 고3수험생의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다른 일에는 관심도 없이 학업에만 열중하던 시기였다. 때문에 가끔씩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현상이 자주 있는 일이었다.
1학기 기말고사를 보던 중, 머리가 너무 아파 응급실에 가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단순한 학업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였고, 부모님도 수술 전까지는 나의 병에 대해 말씀을 해주지 않으셨다. 그리고 며칠 뒤 좀 더 큰 병원인 삼성성울병원에서 뇌종양이라는 소아암 판정을 받았다. 우리 부모님은 미리 알고 계셨음에도 불구하고 슬픈 내색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노력하셨다.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나에겐 소아암판정이 별로 충격으로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분위기파악 못하고 의사선생님에게 “수능을 치고 나서 치료를 받으면 안 돼요?”, “내일 학교 가서 친구들 봐야하는데... 오늘 검사 언제 끝나요?”등의 말도 안 되는 질문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난 큰 병을 겪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완치될 수 있다는 말 한마디 믿고, 치료를 시작해 나갔다. 치료 중에도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누나들의 겁먹지 말라는 안정시키는 말들을 잘 새겨들으면서 치료를 받으니, 실제로 힘든 치료일지라도 나에겐 생각보다 힘들게 다가오지 않았었다. 오히려 치료를 받으면서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아 간호사누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귀찮게 했던 기억들이 더 남아있다. 어쨌거나 나에게 치료과정이 힘들지 않았던 이유는 “완치될 수 있다”라는 의사선생님, 간호사누나, 그리고 부모님의 말씀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완치”라는 단어 하나가 치료과정을 힘들지 않고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었다.
완치가 되고 난 후에는 치료자들보다 완치자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이룬 완치자들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완치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완치자들을 보고 만남으로 인해서 나에겐 좀 더 확고한 목표를 세우게 만든다. 목표가 생기면 희망이 생긴다. 목표가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달성함은 물론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자체도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치료 중에 “완치”라는 목표보다는 내 꿈을 향한 목표를 항상 갖고 있었다. “완치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목표조차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내 평상시 꿈을 목표로 삼고 계속 달려왔기 때문에 치료기간이 평소와 다를 바 없었나 싶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항상 노력하고 달려가다 보면 부가적인 목표(완치)들이 달성되었기 때문에 희망이 생기게 되고, 따라서 더욱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