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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슬이 인터뷰] 나를 단단하게 만든 용광로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2013.06.21

  • 허슬이 완치자와의 인연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백혈병 어린이들의 힘듦을 알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재단 홈페이지에 자원봉사를 신청하였습니다.
    '어떻게?'라는 의구심을 갖고 전화통화를 하였고, 완치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 이후부터 허슬이 완치자는 학습지도 자원봉사를 열렬히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첫인상은 '생기발랄!' 이었습니다. 대학생이자, 선생님이자, 자원봉사자이자, 완치자인 그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났습니다.

     

     

    Q. 요즘 학교생활은 어때요?
    A. 요즘요? 요즘은 재미있어요. 놀면서 공부하는 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요? 입학했을 때는 생각과 다른 대학생활에 우울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봉사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떤 곳에 도움이 필요한지 찾아내고, 그곳에 어떻게 도움을 줄지 기획하고 활동하는 거예요. 꽤 보람되고 재미있어요.

     

     

    Q. 슬이씨를 보면, 정말 활기차 보여요. 지금의 2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궁금해요.
    A. 제가 아직 해외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해외여행 꼭 하고 싶어요. 그리고 연애를 많이 해 볼 거예요. 잠깐 연애를 했었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연애가 어떤 건지 아직 잘 모르지만, 20대 때 많이 해보고 싶네요.

     

     

    Q. 교육학과에 재학 중인데, 진로는 어떻게 결정했어요?
    A. 제가 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저는 어떤 사람일까. 어릴 때부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사람을 돌보는 일을 좋아했어요. 교회를 다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쳤거든요. 어릴 때, 막연히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교육학과에 들어왔는데, 글쎄 바로 제 학번부터 교육학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제도가 없어진 거 있죠. 정말 당황스러웠지만, ^^;; 제 전공에서 또 저의 적성을 찾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더라고요. 공부하면서 차근차근 다시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해요.

     

     

    Q. 슬이씨 성격은 좀 어떤가요?
    A. 저요? 저는 음... 내향적인 거 같아요. 조용하고 말이 없고 그런데, 저한테 또 다른 제가 있어요. 다른 사람 앞에서 저를 표현하고 싶어하는 제가 있어요. ^^ 중학교 때 영어캠프를 갔는데, 우연히 영어연극에서 주인공을 맡게 됐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하고 나서 희열도 있고 재미있는 거예요. 그 때 ‘아, 나한테 남들 앞에 나서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구나.’ 알았어요. 신기하죠? 정말 신기해요. 언젠가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Q. 우리가 병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슬이씨가 느끼는 ‘병원’, 한 단어로 표현해 줄 수 있을까요?
    A. 어렵네요? 아, 그 느낌, 있어요. 막 뜨거운, 그래요, ‘용광로’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주 뜨겁고 힘든 그런 용광로, 그런데 그 용광로 속에서 가장 강한 철이 나오잖아요. 병원이 그런 용광로 같아요. 저를 단단하게 만든 용광로.

     

     

    Q. 어떻게 병원생활을 했는지 궁금해요.
    A. 그 때요?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신기했던 때예요. 그 때 저는 ‘억울함’이 있었어요. ‘왜 나한테, 이런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은 공부하고 있는데, 나는 병원에서 이렇게 지내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불안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학습지를 과목별로 사달라고 했죠. 그리고는 병원에 있는 동안 나름의 생활계획표랑 공부 시간표를 짰어요. 그리고 그대로 생활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스스로 예체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시간표에 미술시간도 넣어서 시간이 되면 그림도 그렸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성경책을 읽고, 병원 복도에 있는 컴퓨터 게임을 했어요. 아침에는 아이들이 다 자기 때문에 컴퓨터 차지하기가 수월했거든요. 그리고 나서 국어, 수학, 한자, 사회 등 시간표대로 혼자 공부했어요. 대단하죠?^^ 그 때의 제가 지금보다 훨씬 나았던 거 같아요.


    전 이식을 했는데, 그 때가 10살이어서 보호자랑 같이 이식방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혼자 들어가서 이식을 했는데, 먹기 싫어도 악착같이 먹고, 약도 열심히 먹었어요. 먹으면 구토가 나왔는데, 약이 그대로 나오기도 해요. 그러면 변기 속에 들어있는 약을 보며 잠깐 갈등하지요.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 눈 딱 감고 다시 약을 달라고 해서 먹었어요. ‘고통은 잠시야, 난 꼭 이 병을 이기고 나가야 해, 그러려면 약을 먹어야 돼’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억울해서라도 나아야만 했어요.

     

     

    Q. 투병 중 부모님께 가장 속상했던 적은 언제였어요?
    A. 엄마는 굉장히 강한 분이셨어요. 아프다고 하거나, 먹기 싫다고 하거나 하면, 혼을 냈어요. 투정을 하나도 받아주지 않았어요. 병원에 다른 엄마들은 안 그러셨는데 말이지요. 엄마한테 혼나는 게 자존심 상해서, 약도 더 먹고, 밥도 더 먹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저 몰래 우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 때, 깨달았어요. 아, 엄마도 힘들구나. 엄마가 짜증나서 나를 혼낸 게 아니구나. 물론 짜증도 있었겠지만요. ^^;; 그쵸?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됐어요. 만일 그 때 엄마의 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오해하고 원망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엄마의 그런 양육방법이 어쩌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Q. 반대로 가장 고마웠던 적은 언제였어요?
    A. 말해도 될까요? 좀 웃긴데, 저한테는 정말 절박했던 때, 고마웠던 일이 있어요. 들으면서 웃지 마세요. 제가 입원했을 때, 엄마도 몸이 좋지 않아 집근처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낮에는 저 혼자 병원에 있고, 저녁에 아버지가 오셔서 간병을 해주셨어요. 어느 날인가 낮에 너무 치킨이 먹고 싶었어요. 이 부분은 제 기억에는 거의 없는데, 나중에 엄마가 주변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에요. 제가 병실 안을 돌아다니면서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대요. 간호사 선생님들한테, 아주머니들한테 막 먹고 싶다고 했대요. 그래서 시켜준다고 말하면, 절대로 안 먹겠다고 하면서, 엄마가 시켜줘야만 먹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엄마가 그 이야기를 듣고 본인도 아픈데 병원으로 오셔서 치킨을 시켜주셨어요. 그 때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몰라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우습기도 하고, 눈물 나기도 하네요.

     

     

    Q.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병원생활을 잘 하는 슬이씨만의 비법이 있을까요?
    A. 우선 밥 잘 챙겨 먹으세요. 그리고 오기가 필요해요. 꼭 낫겠다는 오기요.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특별한 경험, 그리고 이게 요즘 말하는 스펙이 될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세요. 영웅에게는 반드시 시련이 있으며, 이 순간은 영웅을 만드는 잠시 지나가는 시련일 뿐이에요. 여러분은 할 수 있어요!

     

     

    Q. 슬이씨 인터뷰에 응해 주어서 정말 감사해요. 인터뷰하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는데, 어떤 느낌이었는지, 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A. 그 때 이야기를 하니 새롭고, 또 뭔가 시원한 느낌이에요. 지금은 그때를 추억하지만, 마냥 좋았다고 말하기에는 지금도 눈물이 날만큼 힘든 기억이에요. 저에게나 우리 가족에게나요. 그래도 분명 저의 ‘특별한 경험’은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삶의 뿌리가 되어서 제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거라 생각해요. 이야기하고 추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2시간 후, 길에서 우연히 슬이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슬이씨 학교 근처에 재단 쉼터가 있거든요.


    '어디 가세요?'
    '아! 과외가 늦어서요. 담에 뵐게요.'

     

    커다란 가방을 메고 힘차게 뛰어가는 슬이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습니다.


     

    - 완치자 이야기에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분은 재단으로 연락주세요. (cancer@kclf.org, 02-766-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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