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 다문화가족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소아암 어린이 가족 중에도 많은 다문화가족이 있는데, 그 중 한 가족을 만나보았습니다!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나요? |
남편이 베트남에 여행 왔을 때 처음 만났어요. 1년 정도 연애를 하고, 베트남에서 결혼한 뒤 한국에 왔어요. 저는 한국 드라마를 자주 봤고, 한국어 학원도 다녔기 때문에 남편과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남편도 베트남어를 아주 잘해요, 베트남어 자격증도 있어요.
한국생활은 어떤가요? |
남편이 잘해주고, 시부모님이랑도 편하게 지내요. 하지만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친구가 없다보니 외롭고 심심하기도 하고, 베트남 가족이 많이 그리웠어요. 태인이를 임신하고는 입덧도 심하고, 한국음식을 잘 먹지 못해서 남편과 함께 베트남에서 지냈어요.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다른 이주여성들과 함께 모국의 문화를 알리는 공연도 했어요. 그리고 강의도 하고, 다문화가족 상담 통역이나 간단한 번역일도 하며 즐겁게 지냈어요.
처음 어떻게 병원에 오게 되었나요? |
태인이가 계속 다리, 엉덩이가 아프다고 했어요. 그리고 열이 자주 났어요. 백혈병 진단을 받고 많이 당황스럽고, 힘들었어요. 갑자기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계속 속상하고 믿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같이 치료받고 있는 어머니들이랑 이야기하면서 마음이 조금 채워지는 것 같았어요. 1년 이상 함께 생활하면서 힘든 거 있으면 같이 이야기하기도 하고,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지금은 마음이 많이 좋아졌고, 태인이가 잘 이겨낼 거라고 믿어요.
병원생활 중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 옆에서 계속 하나하나 알려주기는 힘들잖아요. 그때 재단 소책자도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리고 다른 어머니들이 많이 알려줬어요. 약 들어 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음식을 먹여야 하는지 알려줬어요. 모르는 거 물어보면 다 가르쳐 주고, 저를 잘 이해해줘서 마음이 편했어요. 진짜 가족 같아요. 마음 아픈 것, 기분 좋은 것, 이것저것 다 이야기 할 수 있어요.
베트남 가족들이 많이 그리웠을 거 같아요. |
진단 받고 많이 힘들었고, 아이가 경기하거나 많이 아파할 때는 혼자 있는 게 무서웠어요. 베트남가족들이 많이 보고 싶었지만 초청서류를 만들 여유가 없었어요. 여동생이 오면 아이도 잘 봐주고, 아이를 간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형제는 초청할 수 없게 돼있어서 너무 아쉬워요.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고, 지금도 어머니는 한국에 오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병실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
저는 그냥 인사도 잘하고, 식사도 같이 하고, 이야기도 잘 들었어요.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계속 들어야 아이한테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다른 엄마들이 뭐하는지 보고 같이 하면 점점 익숙해지고, 친해질 수 있어요. 어머니들이 다 힘들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해야 힘든 것도 덜해지는 것 같아요. 피하지 말고, 함께 하려고 노력하면 좋을 것 같아요.
치료를 받고 있는 다문화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
사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차별을 많이 느껴요. 하지만 친절하고 착한 사람도 많아요. 한국 사람도 베트남 사람도 모두 같아요. 서로 존중하고 또, 스스로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태인이와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
태인이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피만 봐도 울고, 혈압만 재도 울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저보다 병원생활 더 잘해요, 집에 가면 병원 친구들 보고 싶다고 해요. 엄마 말 잘 듣고, 씩씩하게 치료 잘 받아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늘 병원까지 운전해주는 시부모님, 가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남편도 고마워요. 저는 ‘우리가 왜 이렇게 힘들지?’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래도 나을 수 있으니 다행이다.’, ‘태인이는 잘 해낼 거다’, 이렇게 좋게 생각해요. 지금은 힘들지만 이것도 많이 지나갔어요.
우리에게는 밝은 미래만 기다리고 있어요.
베트남과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을 태인이 어머니는 힘든 시간 속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다른 다문화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선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준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이 글은 소식지 '희망미소' 2013년 가을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