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된 2013년, 항암치료를 마친지 어느덧 6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내가 나를 마주하고 인터뷰합니다.
Q. 처음에 병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나요?
A. 부모님의 맞벌이로 할머니 손에 의해 자라온 저는 놀기 좋아하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자꾸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잠만 자는 모습이 이상해 보인다고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말했다고 해요. 어머니는 소아과에 빈혈검사를 부탁을 하게 되었죠. 검사결과가 악성으로 나오고 대학병원에 가게 되었어요. 정밀검사를 받은 뒤 2005년 5월 10일, 저는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Q.병원생활은 어떠했나요?
A. 어린 마음에 처음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좋아했었어요. 무슨 병이 걸렸는지 알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병원생활에 점점 지쳐 어머니에게 떼를 많이 썼어요. 퇴원하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우는 제 모습을 보고 마음 약한 어머니가 울었어요. 그제서야 깨달았죠. ‘무슨 큰 일이 생겼구나,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는 건가?’하고요. 그날 밤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나중에 어머니에게 제 병명을 듣고 나서야 저는 떼를 부리지 않고 어머니가 슬퍼하지 않도록 아프지 않은 척 하며 의젓하게 치료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병원생활이 많이 지루하고 싫었지만, 병실 아이들과 또 간호사 선생님들과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고민도 얘기하면서 조금씩 적응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때 병원에서 지낸 시간들을 추억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Q. 성격은 어떤가요?
A. 앞에서 말했듯이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그리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사교성도 좋았죠. 그런데 치료를 받기 시작하고부터는 많이 소심해지고,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부작용으로 몸이 부어 뚱뚱해 보이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모습으로 학교를 갔어요. 근데 거기서 저와 친했던 친구들이 변해버린 제 모습을 보고 멀리하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고, 그 후에는 저도 모르게 사람들을 멀리하고 있더라고요. 바뀐 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로 싫어, 치료시기에 찍었던 사진도 몇 장 없을 정도에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고 나서야 지금의 활발한 성격을 다시 찾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제가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외관상으로 볼 때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었거든요. 지금 외모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 많은 아이들이 있을 텐데 지금 제 글을 보고 있다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대학교생활은 어떤가요? 또 보건행정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대학교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로망과는 다른 대학생활에 학기 초에는 실망하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나름 고등학교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곳 같아요. 제가 이 과를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병원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병원과 관련된 일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보건행정을 배우면서 더욱 병원 의무기록 선생님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병원에 실습을 나가고 있어요. 열심히 배워서 제가 치료받은 병원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Q. 투병 생활 중 가장 미안했던 사람은 누가 있나요?
A. 투병생활 중, 어머니가 저에게 신경을 쓰느라, 어린 동생에게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어요. 지금도 집에 혼자 못 있는 동생을 보면 저 때문인 거 같아 많이 미안해요. 저도 그런 미안함 때문에 지금이라도 잘해주고 싶어요.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용돈을 벌어 쓰는 중에도 동생에게 용돈 주는 건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Q. 소아암 투병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저는 병실에 누워서 매일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나일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여러분도 이런 생각은 한번쯤 해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지금 이순간이 고통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지금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 나중에 삶을 살아갈 때 큰 원동력이 될겁니다. 무슨 힘든 일이 생길 때나 시련이 닥쳐도 ‘ 병마와도 싸워서 이겨냈는데 이까짓 시련 하나쯤이야 이겨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긍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건강해지면 하고 싶은 계획'이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예를 들면 지금은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음식들, 친구들과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 여행을 가는 일, 미래에 내가 무엇이 될 것인지 같은 거요. 이걸 쓰다보면 ‘나중에 꼭 이걸 이루어야 겠다.‘는 생각과 하나하나 계획이 이루지는 상상을 하면 희망적인 생각이 들거든요. 모두들 미래를 꿈꾸면서 오늘을 이겨내세요! 힘내세요! 파이팅!
- 완치자 이야기에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분은 재단으로 연락주세요. (cancer@kclf.org, 02-766-7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