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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이야기
  • [최유리 인터뷰] 당당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2014.06.23



  • 2002년 월드컵 그리고 내 삶의 경기

    2014년의 월드컵을 기다리며, 12년 전 제 삶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기를 치렀던 그때를 떠올려 봅니다. 온 국민이 기억할 2002년 한일 월드컵, 저는 저만의 치열한 삶의 경기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을 마무리하며 성장통인 줄 알았던 왼쪽다리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고, 이듬해 1월 단순히 다리 수술을 하러 입원한 저에게 의사선생님이 너는 골육종이라는 암이지만 초기 발견이라 나을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한 이후 병원생활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고용량 항암치료와 부작용으로 정말 정신 차리기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고, 20025월 말 골시멘트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으며 삶과 죽음의 경기라는 느낌으로 하루하루 임하였습니다. 아마 한참 사춘기였기에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을 더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수술한 지 며칠 후 월드컵이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전이 시작되고 점점 거리의 열기는 뜨거워지면서, 저는 병원에서도 응원하고, 또 집에 가서 축구를 보고 싶다며 퇴원했다가 결국 면역수치가 낮아져 고열로 응급실을 찾으며 재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월드컵 경기에서 선전하는 선수들을 보며 나도 다시 뛰어야겠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못 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여 수술 후 무릎관절 부위가 터지기도 하였습니다. 이 시간을 지내면서 점점 병원생활에 익숙해가며 같이 치료받는 동생들, 그 아이들의 어머니들 그리고 가장 큰 힘이 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의료진 선생님들과 마음을 열고 친해지며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조금씩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다는 공포보다는 병원생활에 집중하고 지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월드컵 경기가 있으면 신나게 응원하고, 다음 항암치료 후 수치가 좋으면 껍질 없는 과일인 딸기를 먹을 생각을 하며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그 순간, 그 시간을 살게 되면서부터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도 즐겁고 치료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하얀 세숫대야를 들고 구역질을 해야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며칠 힘들면, 그리고 힘이 들면 선생님들에게 말하면 기꺼이 도와주시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당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치료가 끝나고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친한 친구들이 교과서를 가져다주고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합격하여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지만 입학식 날 아주 짧은 머리와 무릎의 큰 흉터가 드러나는 교복을 입는 것이 겁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첫 고등학교 입학 OT에서 친구들이 출신 중학교를 말하며 자기소개를 할 때 저는 당당하게 검정고시 사실과 함께 병력도 밝히며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은 거리낌 없이 받아주었고,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통해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치마를 입을 때마다 보이는 흉터로 종종 스트레스를 받긴 하지만 누군가 무릎의 상처를 물어볼 때면 굳이 숨기지 않고 말하는 솔직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즐거운 상상

    지금 저의 꿈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원봉사활동도,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즐거워합니다. 유독 함께그리고 같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저는 현재 하고 있는 업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하는 동반성장 업무를 하루하루 배우며 하고 있습니다. 고래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고래 개체수를 조사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고, 해외봉사활동 및 우간다로 가서 국제협력단의 해외사무소 인턴활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의 삶의 road map을 계속 그려가고 있으며, 작년에는 소아암 완치자들이 참여하는 포토보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저의 삶에 소아암 치료 경험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곰곰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이 세상을 향해 긍정적 에너지를 쏟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직장을 가진 성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현실성 있는 이상을 그리며, 요즘은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순간을 믿어요!

    저처럼 사춘기에 소아암을 진단 받은 친구들은 특히 정신적인 충격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기분을 잠시 느끼기도 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치료를 받을 때 그 순간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된 계기는 그때 같은 병동에서 치료를 받는 동생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매순간 자신의 기분에 집중했고, 하루하루 좋아하는 놀이나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병원에서의 즐거움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봉제인형을 사서 같이 인형놀이를 하고, 병원에서 함께 즐겁게 지냈던 것이 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있는 지금 그 순간 ! 순간 안에 살고, 순간을 믿는 시간을 보내길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지금 그 순간이 훗날 가장 큰 에너지가 되는 걸 느낄 그날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 완치자 이야기에 자신을 소개하고 싶은 분은 재단으로 연락주세요. (cancer@kclf.org, 02-766-7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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