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과 함께한지 벌써 3년째. 막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할 즈음 친구로부터 소개받고 시작하게 된 인형극 봉사활동! 마음과는 다르게 움직이던 인형, 대사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거나 뻣뻣하고 어색하기만 했던 인형동작 때문에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친구들과 서로 배려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유치원에서 공연을 하게 되고, 또 잘한다는 칭찬도 듣게 되고, 이제는 공연 중 실수를 하여도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베테랑(?)이 되었답니다. 인형극을 보고난 아이들이 큰 목소리로 소아암에 대해 대답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진행한 인형극이 아이들을 잘 이해시킨 것 같아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인형극 봉사활동을 하기 전까지 사실 저는 소아암에 대해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활동을 계속 하면서 소아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고, 소아암이 무엇인지, 특히 소아암 어린이들이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든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재단에서 만난 소아암 어린이들은 다들 밝은 표정에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나라면... 과연 저렇게 밝은 모습으로 지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힘든 상황일 텐데 밝게 웃으며 지내는 아이들을 보며 제가 하는 활동이 아이들이 다시 친구들 곁으로 돌아갔을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과 바람으로 더 열심히 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시작했던 마음이 달라진 것이지요.
인형극을 통해 소아암에 대해 알게 되었고 소아암 어린이들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아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말 한마디와 시선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힘든 과정을 이겨낸 완치자들과 함께 활동을 하면서 삶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지요. 지난 3년간의 시간은 스스로가 성장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졸업을 앞두고 저의 대학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던 인형극 봉사활동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막상 활동을 끝낸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크지만, 제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함께한 활동이기에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뒤를 이을 후배들이 있기에 앞으로도 소아암 인형극이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끝까지 후배들에게 제가 배운 것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치료 중인 소아암 어린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아 모두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소식지 '희망미소' 2014년 여름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