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인터뷰] 가장 좋은 치료제는 관심과 사랑, 그리고 치료에 대한 의지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치료를 잘 받아 나을 수 있다는 의지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치료제라고 하는 김태형군과의 인터뷰입니다.
Profile. 김 태 형
-1982년 12월9일 생
-1988년 5월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 진단
-1991년 8월 재발
-1993년 8월 치료종결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 과정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사회사업실 수련과정 중
* 진단부터 완치까지
7살 무렵 유치원에 다닐 때 발병했어요. 처음에는 인근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그 후 종합병원에서 본격적인 치료를 받았어요. 집이 인천이라 일주일에 한번 치료받는 날이면 결석을 해야만 했죠. 그렇게 3년 넘게 치료받고, 치료종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여름에 재발했어요. 아마도 그때가 치료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오랜 기간 동안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도 많이 했었죠. 입원 당시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해요. 골수검사할 때 들어가는 바늘의 느낌까지.. 제대로 먹지 못하고 몸에 기운이 없어서 잘 움직이지도 못했었어요. 하지만 다행히 암세포가 골수에 침범하지 않아서 이식 없이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만으로 치료가 끝났어요. 그리고 지금은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검진 차 병원에 가고 있어요.
* 내 삶에서 ‘소아암 치료’의 의미
만일 제가 아프지 않았다면? 어렸을 때, 야구하는 걸 좋아했으니까, 아프지 않았다면 아마도 야구선수가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지금도 여전히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동호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힘든 치료과정이 결과적으로는 지금의 제 모습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의료사회복지를 선택한 것은 저의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죠. 저에게 병원이란 곳은 친숙하고 낮설지 않은 고향 같은 곳이기도 해요. 그래서 기왕이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병원세팅에서의 사회복지를 선택했어요. 또 치료받으면서 아쉬웠던 점, 좋았던 점 등 느낀 점이 많았는데 그 때의 경험을 의료사회복지 현장에서 실천하고 적용해 보고 싶었어요.
올해 1월부터 병원 의료사회사업실에서 수련을 받으면서, 질병과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상담을 하다보면 좌절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려고 하는 환자 분들이 계세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고, 그런 부분에서 실직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죠. 아무래도 상담할 때 환자 분들께 제 경험을 말씀 드리면 “아, 나도 희망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시게 되는 것 같아요. 아직 많이 부족하고 배울 점이 많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환자분들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의료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어요.
* 공부, 공부
초등학교 때는 치료받느라 결석도 조퇴도 많았어요. 당연히 수업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죠. 그래서 나머지 공부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처음 야간 자율학습에 적응하는데 한 달이 걸렸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다른 치구들에 비해 체력이 약하니까, 밤늦게까지 공부하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했어요.
(믿거나, 말거나 ^^*)
* 학교생활
초등학교 내내 치료를 받았으니까,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은 제가 아픈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었어요. 중고등학교 때에도 친구들은 제가 소아암 치료를 받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았죠. 그래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여러 부분 배려해 누었고, 이 때문에 저도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배려받을 부분은 받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했어요. 보통 학교나 학원에서 체벌을 하는데, 저는 열외가 도리 때가 있었어요. 그럼 전 선생님께 가서 저도 다른 친구들과 같이 때려달라고 했어요. ^^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동고동락할 수 있었지요. 제가 이렇게 고집했던 이유는 아팠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남들과 다른 기준으로 살게 되면, 제가 잘못된 길로 빠질 것 같아서였어요. 그래서 오히려 저를 위해서 더 그렇게 했어요.
* 사랑하는 가족
저는 치료받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가슴깊이 알게 되었어요. 제가 이렇게 완치해서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힘이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가족이 정서적으로 단단하고 끈끈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을수록 아이는 치료를 받을 때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어요.
* 소아암 치료 기억 그리고 공유
저는 소아암 치료사실을 궅이 숨기자 않아요.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조회시간에 공식적으로 친구들에게 알려주었어요. 중고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요. 제가 친구들에게 소아암 치료를 받았다고 얘기했을 때 친구들이 보인 방응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친구들은 자기들이 오히려 더 심각해져서 어떻게 저를 배려해야할 지에 대해 고민하더라구요.^^ 저는 치료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안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모르고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말한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아요.
* 어린 나와 같았던 친구들과 부모님들께
친구들에게
친구들아!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해. 때로는 위축될 수도 있고 여유도 잃어버릴 수 있어. 그렇지만 그런 때일 수록 긴 터널을 빠져나오면 따스한 햇살을 볼 수 있듯이, 어려운 치료를 잘 이겨내면 건강한 삶과 미래사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잘 이겨내!! 힘내!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받는 아이도 힘들지만, 심리적으로는 부모님이 가장 힘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사랑하고 아끼는 아들, 딸이 고통스러운 치료를 받는 것을 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부모님이 어런 때일 수록 더 강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 흔들리거나,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더 힘들고, 부모님에게 슬픔을 드렸다는 죄책감을 가질 수 있거든요. 이런 것은 아이의 치료에 도움이 되지 못해요. 힘드시겠지만, 가능하면 침착하고,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하셧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있어 완치를 위한 가장 좋은 치료제는 항암제 주사와 약이 아닌 부모님의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며 치료에 대한 의지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힘드시겠지만 순간순간 사랑하고 희망을 갖고 이겨내셨으면 합니다.
* 그리고 우리 사회에게
소아암 아이들이나 가족들에 대한 정서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아암은 환자도 어릴 뿐만 아니라 환자의 부모님도 젊기 때문에 모든 변화와 충격을 가족의 힘만으로 감당하기에 많이 벅찰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관시을 갖고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 더 많은 지원체계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2008년 5월 28일
이날 인터뷰는 '맑은 영혼의 청년' 김태형 완치자, '향기있는 여인' 김현주 치료종결자, 재단의 '아름다운 새싹' 김민, '예리한 질문' 임희은, '어리버리' 손은주 사회복지사가 함께 했습니다.
201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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